조국혁신당이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선언했다. 고발 사주 의혹과 딸의 논문 및 대입 스펙 등이 제대로 수사되고 있지 않으니 특검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항소심에서도 인정된 사실관계에 따르면, 조국 대표는 민정수석 시절 정치권의 구명청탁을 받고 유재수 씨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고, 위조 및 허위작성한 문서들을 자녀 입시에 여러차례 행사했다. 서울대 연구실에서 자신이 손수 만든 허위공문서도 있다. 호텔 이름을 틀리게 써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영화 주인공 같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역시 전력자가 혐의자를 알아본다는 것인가.
고발사주 사건 전날 한동훈 당시 검사는 손준성 검사와 함께 있던 단체채팅방에서 이미지 파일 60여장을 전송했다. 하필이면 그뒤 손 검사가 전송한 고발장도 이미지 파일이다. 검사 신분으로 검찰총장 부부와 한 검사를 방어하는 고발장을 전송한 것, 시민의 프라이버시인 판결문을 유출한 것은 처벌감이다. 대검찰청은 손 검사에게 징계 유보도 아닌 ‘무혐의’를 안겨줬고 한동훈 법무부는 그를 감찰하기는커녕 검사장을 달아주었다. 조국 지지자들이 서초동 집회로 비호했다면 윤석열 정권은 서초동 권력으로 비호한다.
한 위원장 딸이 쓴 논문 중에는 ‘리뷰 페이퍼’도 있다. 연구 트렌드에 밝은 박사과정생이 쓸 법한 논문이다. 한 위원장 말대로 그게 ‘습작’이면 딸은 굳이 학부를 다닐 필요가 없는 청년 석학이다. 딸이 논문을 실은 곳은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게재 이력만 쌓아주는 ‘약탈적 학술지’다. 한 위원장이 이를 ‘오픈 액세스’라 부른 건 암시장을 벼룩시장이라고 우긴 꼴이다. 단어를 유의어로 바꾸거나 어순을 섞는 수법들을 벗겨내면 표절률인 60% 넘는 논문도 있었다. 만약 이런 스펙을 입시에 사용했다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
조국 대표가 제 입으로 절대 ‘위조’를 언급하지 않듯, 한동훈 위원장도 이미지 파일 60여장이 어떤 것이었는지, 딸이 대학 입시에 사용한 스펙이 무엇이고 거기에 문제의 논문이 있는지, 더 설명하지 않는다. 본인이 떳떳하다면 조 대표를 제압하고도 남을 기회인데 말이다. 한 위원장에게는 따로 믿는 구석이 있다. 본인 입장에서는 자꾸 거론돼서 좋을 것이 없으니 말을 아낄 수도 있겠지만, 그 지지자들은 신나게 “입시비리 범죄자 조국이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느냐”, “한동훈이 위조라도 했느냐”고 떠들며 한 위원장 문제를 가리려 들 것이 뻔하다.
조국 대표 입장에서도 한동훈 위원장에 기댈 데가 있다. 입시비리 물증 앞에서 침묵하고 말 돌리는 조 대표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는 대로 투옥된다. 조 대표의 목표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진실을 모르게 하고, 사건을 조금 아는 시민들은 ‘잘못은 좀 했지만 과도한 처벌을 받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수사를 받지 않고 있고 의혹에 대한 설명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조 대표에게는 매우 반가운 조건이다. “한동훈은요?”
정치세력들은 선거가 다가오면 소위 민생 행보를 하고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자기 관심사로 돌아간다. 2020년 총선 이후의 '추미애-윤석열 갈등'이나 2022년 대선 이후의 검찰수사권 대폭 축소와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가 그랬다. 이번 총선은 아예 선거 과정부터가 전력자와 혐의자의 대결이다. 개표가 끝나면 이긴 쪽은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이나 유죄를 입증한 검찰처럼 기세등등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과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을 뿐 다들 치러야 할 것은 반드시 치르게 된다. 어느 당이 몇 석을 갖든 막을 수 없다.
김수민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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