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온 사장, '캐파 확장에 재무개선'까지 과제 산적
수율 개선·흑자전환·IPO 3대 직면 과제
배터리 업계 불황 속 후발주자 사령탑...수율
매 분기 적자폭 줄어드는 추세…업계 '상저하고' 전망
2024-03-12 15:42:42 2024-03-12 17:03:59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취임 4개월에 접어든 이석희 SK온 사장의 과제가 산적합니다. 큰 틀에서 생산능력(캐파) 확장에 재무개선이라는 두가지 중책을 풀어내야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수율 개선, 흑자전환, 기업공개(IPO) 등이 당장 과제로 꼽힙니다.
 
지난해 12월 SK온 사령탑에 오른 이 사장은 SK하이닉스 사장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입니다. SK하이닉스 재직 당시 기업 실적을 개선했던 경영 능력을 보여준 만큼 배터리 부문에서도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지 관심을 모으는데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배터리 업계 불황이 본격화되면서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의 사령탑인 이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의 가장 큰 과제는 수율 문제입니다. 수율을 끌어올림으로써 흑자전환을 앞당길 수 있어섭니다. 배터리 양산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수율이 90%를 넘어야 합니다. 업계에선 현재 미국 내 SK온 공장 수율이 80% 후반에서 90% 초반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석희 SK온 사장.(사진=연합뉴스)
 
'기술통'으로 불리는 이 사장은 SK하이닉스 재직 당시 수율 안정화에 기여해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받습니다. SK온 수장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 아닌 제조업 전문가인 이 사장이 지휘봉을 잡게 된 배경도 수율 안정화라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SK온 실적은 매분기 적자 폭이 줄어들며 꾸준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 12조8972억원, 영업손실 5818억원을 달성했는데요. 지난해 1분기 3449억원, 2분기 1322억원, 3분기 861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4분기에는 186억원까지 영업 손실 규모를 줄였습니다. 출범 이후 분기 기준 영업 손실 규모를 역대 최소 수준으로 낮추고 있는 건데요. 지난해 말 수주 잔고는 2022년 말 대비 110조원 증가한 400조원 수준입니다. 이는 사실상 중장기적인 매출과 수익이 보장된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다만 업계에선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SK온의 흑자전환 시점이 밀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SK온의 배터리 영업손실은 7023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상반기 주요 자동차업체 재고 조정 영향으로 생산설비 조정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신규 증설에 따른 고정비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SK온 실적이 '상저하고'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 영업이익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K온은 이석희 체제 하에서 실적 개선을 위한 경영 고삐를 바짝 죄고 있습니다. 이 사장 역시 최근 인터배터리 2024에서 "올해는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전 구성원이 노력하고 있고 특히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적시 생산과 지속적인 원가 절감이 가능할 수 있도록 내부 혁신을 통해서 올해 수익성을 제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SK온은 오는 2025년을 IPO 시점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는 상황입니다. IPO의 주요 목적인 투자금 확보 등을 위해선 SK온의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하는 게 주요 과제 중 하나입니다. 
 
SK온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집중한다는 전략입니다. 앞서 이 사장은 "LFP 배터리는 중저가 자동차를 대상으로 해서 시장이 일정 부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이 사장은 "중국이 LFP 배터리를 먼저 하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서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북미 지역 시장 등을 고려하면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LFP 배터리를 해도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간 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 CATL과 BYD(비야디) 등 중국 업체들이 주도해왔습니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고 주행거리가 짧지만, 제조 원가가 저렴한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내부 체질 개선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 사장은 흑자 달성 시까지 연봉 20%를 자진 삭감을 비롯해 임원들에게 오전 7시 출근 지시하는 등 내부에 메기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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