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젊은피 수혈론'…나머진 '이벤트정치' 희생양
'86' 우상호·임종석·이인영, 청년정치 1세대
'박근혜 키즈' 이준석 이후 '롱런' 청년 실종
2024-03-05 17:50:38 2024-03-05 19:12:15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청년'은 정치권이 '인적 쇄신'을 주창할 때마다 가장 앞에 세우는 가치입니다. 기득권을 타파하고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요. 하지만 야심 차게 국회에 입성한 청년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2010년대 이후 등판해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청년 정치인은 사실상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유일합니다. 청년이 정치판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DJ 작품' 86세대정치권 주력으로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청년 정치인 영입의 시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젊은 피 수혈론'을 내세운 지난 2000년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0년대 대학 총학생회장을 지낸 이인영·우상호·임종석 등 이른바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 그룹의 주축들이 정치권에 본격 진입한 시점도 이때입니다. 
 
 
30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대거 끌어들인 새천년민주당(현 민주당)에 맞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학력고사 전국 수석' 타이틀을 갖고 있던 원희룡 변호사, 방송활동 등으로 인지도가 높았던 오세훈 변호사를 영입했습니다. 남경필 의원 등과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를 출범해 소장파를 구성했던 이들은 40명이 넘는 현역의원들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던 한나라당에 쇄신 이미지를 덧씌우며 총선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여야는 인재 영입에 보다 공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영입인사의 이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스토리'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이준석 대표와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입니다. 당시 이 대표는 '하버드 대학 출신의 20대 청년'의 이미지로 보수 색채가 강했던 새누리당에 변화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손 대표는 "문재인과 붙겠다"며 부산 사상에 출마하는 패기를 보여줬죠. 
 
민주통합당은 당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슈퍼스타K' 방식의 오디션으로 청년 비례대표를 선출했습니다. 그 결과 장하나, 김광진 의원이 원내 입성을 했습니다. 
 
'초선' 청년 재선 도전하늘의 별 따기
 
그러나 청년 정치인에게 국회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비례대표에 당선됐던 장하나·김광진 의원은 이후 더 이상 배지를 달지 못했습니다. 20대 총선에서 '2030세대'는 단 3명에 그쳤는데요. 그중에서도 신보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은 비례대표였습니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청년은 당시 39살의 김해영 민주당 의원(부산 연제)뿐이었습니다. 
 
21대 총선에서는 20~30대 청년 정치인이 12명으로 다시 늘어났습니다. 김남국(경기 안산단원을), 오영환(경기 의정부갑), 이소영(경기 의왕과천),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장철민(대전 동) 의원 등 지역구 선거에서만 6명의 30대 당선인이 나왔는데요.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재선·3선 의원과의 대결에서 값진 승리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생존율은 그다지 높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의 영입인재 1호였던 최혜영 의원은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무소속 후보를 꺾고 당선됐던 오영환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20대 국회의원에 이름을 올린 류호정 전 의원은 탈당 후 개혁신당의 후보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가 출마를 선언한 경기 분당갑은 현역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출사표를 던진 바 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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