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위기 속 시험대 선 김동명
전기차 수요 둔화에 배터리 업황 악화…김 사장 "질적 성장 키워야"
저가 중국산 배터리와 가격 경쟁, 사내 처우 개선 등 산적 과제
재계 관계자 "김 사장, 전문경영인 첫발…배워가는 단계"
2024-03-04 06:00:00 2024-03-04 14:10:1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본격적인 데뷔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특히 김 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상황이라는 점과 배터리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현 시점을 비춰보면 적잖은 어려움이 예고돼 있다는 게 재계 관측입니다. 구체적으로 김 사장에게는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업계 위기 극복과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전략 수립,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력 우위 확보, 사내 처우 개선 등 대내외 과제가 산적해있습니다. '갓영수'로 불리던 전임 권영수 전 부회장의 리더십을 뛰어넘는 것 역시 김 사장에게 놓인 숙제가 됐습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성장세 둔화로 후방산업인 이차전지 업황이 악화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향배에 따라 전기차 정책의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등 대외적으로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사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김 사장이 아직 처음이라 적응하면서 배워가는 단계"라며 "LG의 배터리 사업을 일군 주역인 권영수 전 부회장의 경우 탁월한 경영 능력 외에도 배터리 업황이 좋았다는 외부 호재가 작용한 측면이 적잖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김 사장 취임 후 관련 산업이 공급 과잉 사이클에 접어들고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큰 만큼, 두 수장의 경영 능력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역시 김 사장이 헤쳐나갈 과제"라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사장은 신년 사내 메시지에서 "전기차 시장 둔화는 수요 하락이 아닌 일시적인 딜레이"라며 "이 시기에 오히려 질적 성장을 위한 실행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김 사장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습니다. 저가 중국산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치고 나가는 형국인데요. 중국산 배터리는 품질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해외에선 중국산 배터리 채택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결국 중국 배터리 업체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되, 기술력은 더 갖춘 배터리를 양산해낼 수 있느냐가 장기 과제가 됐습니다.
 
때문에 내실을 다져 사업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게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만큼, 질적 성장을 꾀하는게 중요해졌다는 지적입니다. AMPC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미 정부가 현지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에 주는 보조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원대를 돌파했지만, AMPC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대로 줄어듭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AMPC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881억원으로 급감, 영업이익률은 1.1%에 그쳤습니다.
 
성과급 제도 불만에 대한 직원 달래기도 내부 과제 중 하나입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일부 직원들은 사측에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트럭 시위에 나섰는데요. AMPC가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해 성과지표로 반영하지 않기로 하면서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내부 불만이 고조된 겁니다. 이에 김 사장은 "성과급은 계속해온 대로 목표 대비 달성률로 평가를 했는데, IRA 포함 여부 등이 우리 구성원들이 느끼기에는 외부에 발표되는 것과 괴리감이 좀 있었던 것 같다"면서 개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불확실한 대내외적 경영 환경 속에서 내실 강화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중장기 숙제로 남게 됐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수년간의 대규모 설비 투자와 재무 부담 등 과속 성장에 따른 속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간 외형적 성장에 치우쳤다면 이제는 기술 경쟁력 강화와 폼팩터(기기형태) 다변화 등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하는 게 장기적 과제가 됐다"고 짚었습니다.
 
김 사장 역시 최근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총회에 기자들과 만나 배터리 업황에 대해 "여러가지 경제적 변수가 있지만 메가 트렌드는 잘 갈 것"이라며 "저희가 성장을 많이 해왔는데, 숨 고르기하며 내실을 다져 테이크오프(take off·반등)할 때 확 올라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대전연구원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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