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경영권 이전 놓고 진통
한앤코, "정기주총 의안상정 해달라"…가처분 신청
의결권 없는 한앤코, 홍 회장 일가 압박
60주년 맞는 남양유업, 정상화는 언제
2024-02-28 17:30:10 2024-02-28 17:30:1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남양유업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측과 경영권 이전을 놓고 분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년 이상 끌어온 한앤코와 홍 회장의 주식 양도 소송전이 한앤코의 승리로 끝났지만 홍 회장이 쉽사리 물러서지 않는 가운데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체제 종결 과정이 막판 진통을 겪는 모습입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내달 예정된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 등의 의안을 상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습니다.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과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을 각각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입니다.
 
이동춘 부사장을 임시 의장으로 선임하고, 집행임원 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건도 포함돼 있습니다. 집행임원 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업무를 처리하는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한앤코는 건전한 지배구조를 위해 감독과 경영을 분리하는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2021년 홍 회장은 회장직 사퇴 발표와 더불어 한앤코에 오너가의 남양유업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같은 해 홍 회장이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주식 양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달 4일 대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앤코는 52.63%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최대주주 변경은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인 지난해 12월 31일 이후라 내달 중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한앤코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날짜에 지분을 보유한 이들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홍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것이죠. 한앤코는 홍 회장의 권리 위임 없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홍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달 26일 만료됩니다.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될 시 한앤코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가동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홍 회장 측은 고문 선임 등을 요구하며 버티기에 돌입했습니다.
 
한앤코는 지난 8일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낸 데 이어 이번 정기주총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으로 홍 회장 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당분간 양측의 경영권 다툼이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남양유업은 내달 13일 창립 60주년을 맞는데요. 별도 행사 없이 조용하게 지나갈 예정입니다.
 
다만 남양유업 경영권 이전은 시간문제인 만큼 향후 쇄신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에 따른 불매운동,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2021년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사건은 경영권 매각의 발단이 됐죠. 2020년부터 4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남양유업은 실적 회복과 기업 이미지 쇄신이 절실한 상태입니다.
 
남양유업 정상화 과정에 암초가 많지만 전망은 긍정적입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앤코는 주로 기업 지분 인수 후 성장시켜 되파는 '바이아웃'에 강한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다"면서 "남양유업은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으로 노후화됐지만 여전히 영향력이 높은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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