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시름하는 식품업계…"더 이상 못 버텨"
정부, 총선 앞두고 물가 잡기 총력
설탕·카카오값 고공행진에 제과업체 '발동동'
"가격 인상 타이밍 아냐…매출 확대 집중해야"
2024-02-27 17:06:59 2024-02-27 17:54:12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최근 식품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원가 압박을 받는 상황이지만, 제품 가격을 쉽사리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물가 안정에 민감한 정부가 이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10.3% 급등해 2009년 4월(11.1%)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올해 1월에는 3.2%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지난해 초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가 만두, 돈가스 등 일부 냉동제품 가격을 5~11% 수준으로 올렸으며, 빙그레는 주요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20%가량 인상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이시스8.0의 편의점 가격을 11~15%대로, 제주개발공사는 제주 삼다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하며 생수 가격도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식품기업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가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데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눈치보기가 먼저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판단입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강조한 데 이어 정부 부처는 '물가 관련 관계장관 현안 간담회'를 통해 물가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2%대 물가가 조기 안착해 국민이 물가 안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범부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스낵과 비스킷이 슈퍼마켓에 진열된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일부 기업들은 제품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제품 용량 변경을 모니터링하고 정보제공을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섰죠.
 
제품 가격 인상을 비롯해 양 조절까지 제약을 받는 가운데 설탕과 카카오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타격이 큰 제과업체들은 시름하고 있습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설탕 가격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카카오 가격은 역대 최고가를 기록 중"이라며 "원재료 가격 상승의 끝이 보이지 않지만, 제품 가격 인상은 꿈도 못 꾼다"며 토로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가격 인상에 나선 곳도 있으나, 결국 철회 수순을 밟았습니다. 지난해 말 오뚜기는 분말 카레와 케첩 등의 편의점 판매가를 올리기로 했으나 취소했으며, 풀무원도 요거트 제품의 편의점 가격 인상을 거둬들였습니다.
 
정부 압박이 아니라도 가격 인상은 어려운 형국입니다. 식품기업들이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도 지난해 호실적을 달성했고,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격 인상 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업계가 가격을 올린다 해도 소비 자체가 줄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면서 "이익에 집중하기 보다 프로모션을 통해 매출 볼륨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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