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은 정당에서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입니다. 공천은 각 정당 내부의 일로 당총재가 전권을 휘둘렸던 절대반지였습니다. 2000년 총선연대라는 시민운동 총연합체가 ‘낙천 낙선운동’을 벌이기 전까지 최고 권력자의 몫이었습니다. 이른바 ‘낙천’은 유권자(정치소비자) 관점에서, 정당 총재(정치공급자)의 권한에 개입하여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 불량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게 한 일입니다. ‘현역 물갈이’라고 불렸습니다. 그 후에 꾸준히 50% 전후의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갈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정치현상입니다. 대한민국은 압축성장을 대표합니다. 그러다 보니 새것, 신상품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정치에서도 정치신인을 좋아하고, 신당을 좋아해서 기존 정당도 수시로 이름이 바뀝니다. 정치의 세계에서도 새로운 상품으로 포장하는 일이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가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국회의원 공천을 당총재(당대표)가 중앙당에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 중에서 중앙당 공천을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습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지역 유권자 투표나 지역 당원 투표로 공직 후보자가 정해집니다. 한국의 거대양당은 중앙당 주도의 공천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상당수의 대통령 참모와 측근들이 공천에서 단수 공천되거나 낙점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천의 반대말이 ‘사천’이라고 하는 것은 공당이 당대표의 사당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각 당에서 공천하는 조직을 ‘공천심사위원회’라고 불렸다가 2012년쯤부터는 ‘공천관리위원회’로 개칭하여 당 지도부의 입김이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물타기를 하지만, 여전히 당대표의 영향력 아래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 물갈이가 당 혁신의 척도(?)로 자리를 잡자, 현역 의원의 의정활동 평가제도를 도입하여 20%에게는 공천 경쟁에서 –20% 감점을, 하위 10%에게는 –30% 감점을 줍니다. 나름 합리적인 제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상에서는 국회 출석, 의안발의 건수 등 정량평가라는 객관적 지표보다 당 활동, 지역구 관리 등의 정성평가라는 주관적 요소가 작동하면서 하위 평가 국회의원이 승복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당 박용진 성북을 국회의원이죠. 삼성재벌을 압박한 ‘보험법’, 유치원 3법 등 빛나는 의정성과를 보였으나 이재명 대표와 대선 경선, 당대표 경선을 했고, 평소 비판적인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꼴등으로 평가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바에야 중앙당에서 국회의원을 평가하지 말고, 지역 유권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공천과정에서 갈등과 잡음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집권여당의 공천에는 대통령의 뜻을 무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김건희 특검법과 야당인 개혁신당의 존재로 경선자격박탈(컷오프)되는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이 거의 없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런 ‘무음 공천’을 잘하고 있다고 띄우고 있습니다. 반면에 제1야당 민주당은 하루가 멀다고 불복과 탈당이 진행되는 시끄러운 공천을 하고 있습니다.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위원장은 결국 더러운 진흙탕에서 연꽃이 피듯이 ‘연꽃 공천’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유권자들은 두 거대정당이 서로 심판해 달라는 구호만 보고, 덜 나쁜 정당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유권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당을 원합니다. 심판도 중요하지만, 심장이 더 중요합니다. 미래의 희망! 심장에 울림을 주는 개혁정당을 바라고 있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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