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의과대학 증원 반발로 병원을 떠나는 전공의들이 더욱 늘어나자 정부의 '진료유지명령'이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숫자를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보건복지부도 전공의 집단이탈·의대생 휴학 현실화 앞에 '모든 어젠다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겠다'며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의대 증원 규모 조정도 논의 안건에 포함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업무복귀를 조건으로 협상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한 만큼, 대화의 장으로 나올지 여부와 의대 증원 규모 논의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22시 기준으로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상위 50개 병원은 복지부가 직접 조사, 이외 50개 병원은 자료 제출을 통해 취합한 결과입니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8816명은 주요 100개 병원 전체 전공의의 71.2%에 달합니다. 다만, 사직서가 수리된 곳은 없다는 게 복지부 측의 설명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전공의들이 총회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검찰고발 사실아냐…복귀 땐 정상 회복"
현재까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수는 7813명입니다. 정부는 전공의 병원 이탈을 막기 위해 '진료유지명령'을 내렸지만, 전체의 약 63.1%가 이를 무시하고 병원을 떠난 셈입니다.
복지부는 현장 점검 결과를 통해 6112명의 근무지 이탈을 확인하고 기존에 업무개시명령을 한 715명을 제외하고 5397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습니다.
업무복귀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했습니다. 다만, 업무복귀명령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고발이 검토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습니다.
김국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비상대응반장은 "현재는 업무개시명령을 송부하는 단계"라며 "송부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고발 여부와 행정처분(면허정지) 여부를 검토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행정명령을 (의사에 대한) 압박이라고 하는데,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 환자 진료에 차질이 벌어진 것이 더 큰 압박"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어제 전공의 대표들이 만나 논의하고 성명서를 통해 건의한 내용을 보면, 여전히 사실관계의 인식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환자 곁으로 즉시 복귀하고 정부와 대화에 참여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복귀하면 아직 처분이 나간 것이 아니므로 모든 것이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며 "임상강사 및 전임의와도 대화할 용의가 있으니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22시 기준으로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한 의과대학 모습. (사진=뉴시스)
동맹휴학 허가 없다지만…학사운영 '흔들'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동맹휴학에 나선 의대생들도 쏟아져 나오는 상황입니다. 휴학 요건 충족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지만, 20일 기준 7620명의 의대생이 각 대학에 휴학 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박민수 차관은 "총 6개교 30명에 대한 휴학 허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는데, 이는 모두 학칙에 근거해 요건과 절차를 준수해 진행된 허가"라며 "동맹휴학에 대한 허가는 없었음을 알려드린다"고 언급했습니다.
수업거부도 잇따랐습니다. 현재 3개 대학 의대생들이 수업거부에 나서며 학사 운영에 차질이 빚고 있습니다. 해당 학교는 학생 면담, 설명 등을 통해 정상적 학사운영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박 차관은 "정부는 각 대학들에게 학생들의 휴학 신청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면밀히 그 허가 여부를 검토하고 수업거부 등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학칙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내용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모든 어젠다 가능성…복귀 조건 협상은 없어"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협상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순차적 증원 논의에 대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2000명 증원도 부족하다'는 점, '업무복귀를 조건으로는 협상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갈등 요소는 여전합니다.
박 차관은 "의대 증원 숫자를 수정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의에 "정부는 모든 어젠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원칙적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확고히 하는 등 물러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의대 증원 규모까지 논의가 가능하다며 한발 물러선 만큼, 의료계와의 조정 테이블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박 차관은 "현재 환자를 볼모로 해서 파업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협상을 하는 것은 기본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일단은 조속히 돌아와 달라. (업무복귀는)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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