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의 자본시장 개선 압박에 순환출자구조인 현대차그룹 시가총액이 들썩입니다. 그룹 상장사들의 주주환원 또는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덕분입니다. 정부가 겨냥한 저 PBR(주가순자산비율)주들이 그룹 내 다수 포진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덩달아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현대글로비스 사업개편 움직임도 비상한 관심을 끕니다.
19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그룹 시가총액은 연초 126조원이었습니다. 이날 증시에선 147조원으로 출발했습니다. 2개월도 안 된 기간 내 20조원이 폭등했습니다. 작년 초 97조원에 비하면 50조원이나 올랐습니다.
여기엔 정부가 저PBR주를 압박하는 배경이 있습니다. 이달 초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내용을 조만간 확정한다고 밝혔습니다. 프로그램에는 상장사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방안에 관심이 쏠립니다. 그룹 내엔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PBR이 낮은 상장사들이 다수 있어서입니다. 게다가 순환출자 등 지배구조상 숙원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최근 인적분할 시 자사주 활용 금지 추진, 대주주의 주식매매 사전 공시 의무화 등 기업집단과 밀접한 다른 현안들도 대두됐습니다. 이런 복합요인이 현대차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킵니다.
그 속에 기아와 현대모비스가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도 활발합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최대실적에 힘입어 배당도 최대치로 결정했습니다. 주주환원과 제도 이슈가 상호작용하며 주가상승을 일으키는 중입니다.
아울러 현대모비스는 자사주 소각과 더불어 현대차에 수소사업(2178억원 가치)을 팔기로 했습니다. 이로 인해 정의선 회장이 지분 20%를 가진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와 연결된 부분도 관심을 모읍니다. 양사는 수소사업 밸류체인 안에 묶이게 됐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또 올 주총에서 폐전지 재활용, 비철금속 제조를 사업목적에 추가키로 했습니다. 현대차향 수직계열 구조가 더 단단해질 전망입니다.
재계에선 현대글로비스 가치상승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앞당길 것으로 봅니다. 과거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방안엔 부품사업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인적분할은 무산됐지만 수직계열화는 수소와 배터리 등 신사업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가치상승이 개편 해법 중 하나로 꼽힌다”며 “순환출자를 형성한 지분 단순매각이나 현물출자를 통한 주식스왑 등을 고려하면 시총상승은 개편에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복병도 있습니다.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정몽구 명예회장 개인 지분이 지배구조 현안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이들 지분은 주가가 오를수록 상속세 부담이 생깁니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늦어지는 것도 걸림돌입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과 더불어 각각 11.67%, 11.72%씩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상장은 이들 지분 변동의 기폭제가 되지만 부진한 건설업황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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