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팀장 윤석열의 '자기부정'
'검사 윤석열'이 잡고 '대통령 윤석열'이 풀어줬다
2024-02-06 17:58:49 2024-02-06 18:21:4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6일 취임 후 네 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한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자기부정', '자기모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번 사면에는 박근혜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시 혐의와 이명박정부 시절 '댓글 공작' 사건으로 각각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포함됐는데요. 이들은 모두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 시절 관여한 사건들에 연루된 인물들입니다. 결국 '검사 윤석열'이 잡고 '대통령 윤석열'이 풀어주는 모습인데요. 윤 대통령의 자기부정이자 자기모순으로 스스로 공정·상식·법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윤석열식 '법과 원칙'
 
이번 사면 대상에 오른 김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은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 시절 관여한 사건에 연루된 인물입니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처벌한 이들을 스스로 사면한 모양새가 되면서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실제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고,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돼 군사이버 댓글 공작 사건을 수사 지휘했습니다. 특히 국정농단 의혹 수사팀장 당시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보수단체 화이트리스트'와 관련해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구속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는데요. 결국 본인이 처벌한 이들을 스스로 사면한 셈입니다.
 
이 같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앞서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은 정치권 인사들을 대부분 사면한 바 있습니다. 특히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적폐청산' 수사를 하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혐의로 최 전 부총리와 공직자 불법사찰 혐의로 우 전 수석을 수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자기부정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사면을 단행한 이유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법치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민주당 한 의원은 "김 전 장관의 경우 윤 대통령이 서울지검장 시절 수사를 주도하더니, 실형 선고 6개월 만에 사면을 단행했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야당에선 사실상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앞두고 보수 통합 시그널을 보낸 게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예우하는 행보가 잦아진 것과 무관치 않은 가운데, 총선을 겨냥한 '보수 민심 끌어안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입니다. 
 
총선 앞두고 '이명박근혜' 인사 대거 면죄부 
 
실제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를 살펴보면 박 대통령과의 스킨십이 부쩍 늘었습니다. 실제 지난해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만난 이후 11월엔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대구 자택을 찾았습니다. 12월에는 한남동 관저로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달 2일에는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전화도 걸었습니다.
 
이 같은 행보 배경에는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좀처럼 강하게 결집하지 않는 대구·경북(TK) 민심을 달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입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에서부터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설명인데요. 박 전 대통령은 전날 대구에서 대규모 북콘서트를 열고 사실상 총선 지원 행보에 나섰습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박 전 대통령이 총선에서 TK 표심에 미칠 영향력을 여권은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사면 대상에 문재인정부에서 노조 탄압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장겸 전 MBC 사장을 비롯해 안광한 전 MBC 사장, 백종문·권재홍 전 MBC 부사장 등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일각에선 족쇄를 벗은 이들이 총선 이후 윤석열정부의 '방송 장악 프로젝트'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날 일제히 윤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비판 논평을 쏟아냈습니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 "국정을 농단하고 군을 선거에 끌어들여도 정권을 위해 일하면 용서해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목적인가"라며 "국민은 윤 대통령의 무도한 사면권 행사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은 "이번 사면은 권력자에 아첨하며 죄를 지어도 조금만 버티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사회부정의'의 끝판왕"이라며 "이제는 국정농단 세력, 적폐 세력 특별사면입니까. 자기 편 살리기를 위해 설계된 특별사면에 ‘국민통합’ 명분은 전혀 울림이 없다"고 질타했습니다. 새로운선택도 "극단적 정치 갈등 부추긴 범죄행위에 특사 감행하는 윤석열정부의 이번 사면 역시 민심의 거센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군 사이버사령부에 '정치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특별사면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