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심 무죄에 삼성 M&A 탄력…75조 현금성 자산 '두둑'
"이 회장, 신속 의사결정 가능…인수합병 가능해질 것"
AI·로봇·전장·6G 통신·바이오…삼성 기존 사업과 시너지 낼 기업 유력 대상
적극적 M&A로 글로벌 기업 도약 필요성 중요해져
2024-02-06 16:51:34 2024-02-06 18:25:4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 해소되면서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M&A)에도 본격 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대체로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는데요. 2023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삼성전자는 25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년대비 일곱 계단이나 떨어진 순위입니다. 재계에선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또한번 도약하기 위해선 과감한 M&A를 통해 외연을 확대해 가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가 불황이지만, 거꾸로 보면 상대적으로 싼 값에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상황이라는 점에서 기회의 장이 열렸다고도 평가하고 있습니다. 
 
유력 M&A 대상으로는 반도체·가전·모바일·로봇 분야의 기업들이 거론되는데요. 삼성전자의 조 단위에 달하는 두둑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1순위 물색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됐던 이 회장은 지난 5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삼성의 대형 M&A는 2016년 9조원을 투자한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는데요. 그간 삼성전자가 대형 M&A를 추진하지 못한 건 최종 결정권자인 이 회장이 사법 족쇄에 묶인 영향이 컸습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 해소된 상황에서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과감한 M&A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6일 "이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국정농단 이후 지속된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이 회장의 9년간의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면서 향후 이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인수합병, 신규 투자 확대 관련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향후 삼성그룹주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특히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75조원에 달합니다. 현금 실탄이 두둑한 상황에서 과감하고 제대로 된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는 게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재계에선 AI(인공지능), 로봇, 전장, 6세대(G) 통신, 바이오 등 신산업등을 유력 M&A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기존 삼성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AI 챗봇 업체의 경우 휴대폰을 비롯해 가전 제품에 넣을 수 있단 점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 대상 중 하나"라고 언급했습니다. 
 
삼성은 지난해 말 신사업 발굴을 위해 미래사업기획단을 출범시켰는데요. 조직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이 반도체·배터리 전문가라는 점과 반도체·배터리·바이오가 삼성의 미래 사업 핵심 3대 축이란 점에서 이 분야에서 M&A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분석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만큼, 해당 분야 인수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다른 관계자는 "원격진료 및 제약·바이오 등 질병 진단 회사를 인수하면서 바이오 산업 비중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외에도 인체 보조기구 로봇 사업, 반도체 필수 장비, 초고성능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업체 등을 M&A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AI나 로봇 등은 모두 반도체 및 배터리와 깊은 연관이 있는 사업으로 분류됩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는 2023년 포춘 글로벌 500 순위에서 일곱 계단 하락한 2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급변하는 기술 발전의 시대에 필수 전략으로 꼽히는 M&A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는 게 필수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신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삼성 역시 대형 M&A 추진에 속도를 내려는 기류가 읽힙니다. 한종희 부회장은 연초 'CES 2024' 간담회에서 "삼성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대형 M&A는 착실히(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뭔가 계획이 나오지 않을까 희망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 부회장은 "경영 환경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 준비를 위한 인재와 기술 확보, 투자 등은 빠르고 과감하게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요. 이어 "지정학적 이슈와 경기 악화로 M&A 환경이 예전보다 나아진 게 없지만, 기존 사업 강화와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또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 AI와 디지털 헬스, 핀테크, 로봇, 전장 등 5개 분야에서 최근 3년간 260여개 회사에 벤처 투자를 진행했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중소 M&A와 벤처 투자도 계속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한 데 이어 삼성의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이 음악 관리·검색·스트리밍 플랫폼 '룬'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선 전력반도체 기업 독일 '인피니언'이나 차량용 반도체 네덜란드 'NXP' 등 인수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