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준연동제 '만장일치' 채택…막 오른 '위성정당' 고차방정식
민주당 의총 '채택'으로 통합형 비례정당 구성 속도낼 전망
범위, 공천 주도권, 총선 후 의석 놓고 복잡하게 얽힌 셈법
2024-02-06 16:56:16 2024-02-06 18:54:41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민주당이 6일 의원총회를 열고 '준연동형 비례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제와 '통합형 비례정당'으로 선거를 치른다고 밝힌 지 하루 만입니다. 애초 민주당이 비례제 결정권을 이 대표에게 위임한 터라 의총 결과도 정해진 수순이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통합형 비례정당, 즉 위성정당 구성을 놓고 민주당과 민주개혁세력 내 소수 정당의 셈법이 분주합니다. 셈법은 고차방정식입니다. 민주당과 소수정당의 처지, 공천권, 총선 결과 등이 복잡하게 얽힌 탓입니다. 
 
이재명, 준연동형 결단하자…민주 '속전속결'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총을 열고 준연동형 비례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참석 의원들은 지난 5일 이 대표의 결정에 대해 만장일치로 뜻을 같이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면서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준연동제 아래 통합형 비례정당을 빠르게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의총을 열고 결론에 도달한 시간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간 민주당이 비례제를 놓고 병립형과 준연동형 사이에서 수개월간 고민한 데 비하면 전광석화 같은 속도였습니다.
 
6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례정당 셈법 복잡…'조국·송영길' 합류 땐 갈등 불가피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통합형 비례정당 구성을 놓고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 첫 난관은 '누구와 함께하느냐'입니다. 이 대표는 전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소수정당의 범위는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될 것"이라면서 "지금 단계에서 특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을 위한 민주개혁세력'이라는 최소한의 범위만 정한 상태입니다. 박성준 대변인이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전 장관이나 송영길 전 대표 신당도 같이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윤석열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하는 부분에선 모든 세력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건 이런 맥락입니다. 
 
현재로서는 용혜인 의원이 주도하는 새진보연합이 가장 유력한 통합 파트너로 점쳐집니다. 용 의원은 지난달 15일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 등을 이끌고 "22대 총선을 민주진보진영 대 보수진영의 일대일 대결로 치러내 담대하게 승리하자"고 주장, 통합형 비례정당의 불을 댕긴 바 있습니다. 더구나 새진보연합에는 김성용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김세준 기본사회본부장 등 이 대표 측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합류한 상태입니다. 정책적 접점이 크기 때문에 통합형 비례정당의 명분이 충분하고, 구성에도 속도를 낼 걸로 보입니다.
 
진보당은 유일한 지역구 현역인 강성희 의원이 민주당 내 강성 초선모임인 '처럼회'에 가입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잠재적 통합 대상으로 꼽힙니다. 사회민주당은 천호선 사무총장이 이 대표의 통합형 비례정당 결단에 환영의 뜻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아직 정당 형태를 갖추진 못했으나 조 전 장관을 중심으로 한 '리셋코리아행동', 송 전 대표가 창당을 선언한 '정치검찰해체당도 반윤석열 기치를 내걸고선 민주당과 결을 같이 합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통합 주도권도 숙제…최악 땐 '내홍'만 
 
통합형 비례정당을 구성하더라도 공천 주도권 놓고선 민주당과 소수정당이 갈등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21대 총선에선 위성정당의 공천 주도권을 놓고 갈등한 사례가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몇 선거에선 계파가 힘을 합쳐 정당을 만들고도 공천 주도권으로 갈등하다가 파국을 맞은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박근혜 국정농단 당시 새누리당 비주류가 탈당해 만든 바른정당,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한 바른미래당, 박지원 전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이 손을 잡은 민주평화당 등은 당내 공천권을 놓고 지루한 내홍만 벌이다 자멸했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은 자칫 통합의 의미가 퇴색될까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모양새입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순위를 맡고, 먼저 당선될 수 있는 우선순위를 민주개혁세력들에게 내어주는 게 민주당의 맏형으로의 책임이 아닐까"라고도 말할 정도였습니다. 홍 원내대표 역시 의총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선거에 임박해 위성정당 내 의석을 갖고 국민께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논란을 일으킬까 걱정이 나온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색정의당부터 개혁신당까지…반윤연대 '첩첩산중'
 
민주당이 통합형 비례정당 카드를 꺼내자 민주개혁세력 내 소수 정당 외 3지대에서도 통합과 각자도생을 놓고 계산이 복잡해졌습니다. 일단 녹색정의당은 이 대표의 결정에 유보적 입장을 표했습니다. 준연동제가 유지엔 환영했지만, 통합형 비례정당 합류에는 고심하는 겁니다. 김준우 상임대표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형 비례정당이 기존 위성정당과는 어떻게 다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어떻게 온전히 살릴 것인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더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와의 연대 난항,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새로운미래 합류 거부로 빅텐트 구성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개방형 비례대표 공천제에 손을 내민 것도 주목됩니다. 앞서 이원욱·조응천 의원은 3지대 세력 간 통합공천관리위원회 구성, 개방형 비례대표 공천제 등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경쟁과 개방을 중시하는 개혁신당 생각과 매우 비슷한, 좋은 제안"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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