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당합병 1심 선고…"무죄·집유 기대"
3년5개월 만에 1심 결론…이 회장 경영 행보, 재판 결과에 달려
양측 항소 가능성 감안하면 사법리스크 3~4년 장기화 예상
2024-02-05 06:00:00 2024-02-05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 1심 선고가 오늘(5일) 나옵니다. 햇수로 9년째 사법 족쇄에 묶여있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일단락될지 주목됩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간 재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첨단 기술 경쟁 등 경영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삼성 내부에선 판결이 집행유예로 낮춰지거나 무죄가 나올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거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이 회장 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당초 지난달 26일 예정됐던 이 회장의 선고기일은 이날로 변경됐습니다. 3년 5개월 만에 결론이 나는 건데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재계는 이 회장의 선고 공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삼성으로서는 이날 판결 결과에 따라 총수 부재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데요. 최악의 경우 법정구속이라면 삼성전자는 비상경영체제 돌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도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고 수감됐으나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복권된 바 있습니다. 부당 합병 의혹 사건으로 별도 기소되면서 경영활동에 복귀한 이후에도 1∼2주에 한번 꼴로 법원에 출석하며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무죄 또는 집행유예가 선고될 경우 이 회장의 경영활동 제약이 다소 완화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대규모 장기 투자나 인수합병 등과 같은 사안은 총수의 결단이 중요한데요. 삼성전자는 2016년 9조원을 들여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7년 간 이렇다 할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유죄가 나오더라도 집행유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검찰 구형이 5년일 경우 법원이 3년 이하 징역, 집행 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형을 받지 않더라도 유죄 선고가 나올 경우 항소심과 상고심까지 3~4년 걸리는 만큼,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계에선 이로 인해 신사업 투자 및 인수합병 등 경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매출이 399억달러로 2위를 차지하며 인텔(487억달러)에 밀렸습니다.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2년 만입니다. 지난해 미국 애플에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13년 만에 내주기도 했는데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선점도 SK하이닉스에 밀린 상황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저는 오래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신기술 투자, 인수합병을 통한 보완,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에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기본적 책무가 있다"며 "부디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는데요.
 
이 회장은 앞서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물산 합병 사건으로 검찰·특검 소환조사만 각각 8회와 2회 모두 10회를 받았습니다. 2017년 2월 구속 기소된 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 354일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뒤 가석방될 때까지 211일을 더해 구속 일수만 565일에 달합니다.
 
취임 3년차에 접어든 이 회장의 '뉴삼성' 비전에 대한 재계 안팎의 기대감도 컸으나,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이 회장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사법 족쇄로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시점도 미뤄지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총수가 구속될지 아닐지 우려되는 상황인데 그룹의 대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뉴삼성' 경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사법리스크가 상존하는 한 미래먹거리 확보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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