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유력주자들 모두 '아웃'…권영수만 예상대로
'기득권 카르텔' 타파에 '2차전지 미래' 안배…차기회장 '비철강' 유력
권영수·김동섭·장인화·전중선 4파전…우유철 선임시 '내부반발' 불가피
변수는 용산 의중…호화출장 혐의에 국민연금 제동까지 '2중 안전장치'
2024-02-01 15:10:04 2024-02-02 08:16:2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유력할 것으로 점쳐졌던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들이 낙마했습니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만 예상대로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종 후보들 면면을 봤을 때,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기득권 카르텔' 타파에 무게중심을 두는 한편 2차전지로 대표되는 '포스코 미래'에 방점을 뒀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차기 회장은 '비철강' 부문에서 선출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1일 포스코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차기 회장 후보로 공개된 6인 가운데 권영수(67)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67) 한국석유공사 사장, 장인화(69)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62)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간 4파전 구도가 예고됩니다. 최정우 현 회장 선임 과정을 돌이켜보면 '깜짝 발탁'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지만, 중론은 이들 4명으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의 경우 포스코 조직 내에서 상당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됩니다. 익명을 전제로 한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우유철 전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사람으로, '옛날' 이미지가 강하다. 변화해야 하는 포스코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무엇보다 포스코가 현대제철보다 몇 단계는 위인 상황에서 포스코를 통솔한다면 내부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앞서 후추위는 지난 31일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가나다순) 등 6명을 '파이널 리스트'로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최종 후보군이 담긴 '파이널리스트'는 당초 이날 오후 5~6시경 발표가 예상됐지만, 예상 시간을 훌쩍 넘긴 밤 9시가 지나서야 공개됐습니다. 그만큼 후추위의 고민이 컸다는 방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득권 카르텔' 배제에 '관치' 부담까지…권영수만 예상대로 '파이널' 행
 
최종 후보군 명단을 받아든 포스코 안팎은 적잖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언론을 비롯해 포스코 내부에서도 유력 주자로 점쳤던 인물들이 하나같이 이름을 올리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특히 김학동과 정탁, 두 현직 부회장은 물론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 거물들이 모두 낙마했습니다. 이들의 탈락 배경으로는 '기득권 카르텔'과 '관치', 두 가지 키워드로 해석되어집니다. 
 
포스코는 그간 4대 김만제 회장을 제외하고는 역대 회장들 모두 내부 출신이 맡을 정도로 '순혈주의'가 강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서울대 공대 출신, 철강부문 인물이 돋보였습니다.  이는 '포피아'(포스코+마피아) 논란의 직접적인 단초로도 작용했습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기득권 카르텔'을 하나의 적폐로 규정한 상황에서 포스코가 계속해서 같은 전철을 밟기에는 무리였다는 평가입니다. 경찰 수사대상으로까지 확대된 '호화출장' 논란도 내부 사내이사들을 후보군으로 올리기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같은 한계들이 부각되면서 김학동, 정탁 두 부회장의 발목을 잡았을 공산이 크다는 게 지배적 분석입니다. 
 
외부 출신 유력 주자였던 최중경 전 장관의 경우 '관치' 부담이 낙마의 주된 배경이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현 정부 요직 곳곳에 MB(이명박 전 대통령)계 인사들이 중용된 상황에서 MB정부 내각을 구성했던 최 전 장관의 포스코 행은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입니다. 최 전 장관은 MB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바 있습니다. 게다가 이관섭 현 대통령 비서실장과 지식경제부에서 함께 일하는 등 인연도 부각되며 주목을 끌었습니다. 
 
예상됐던 후보들 중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권영수 전 부회장이 유일합니다. 권 전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사장, LG화학 사장(전지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를 두루 역임한 정통 'LG맨'입니다. 무엇보다 LG그룹의 미래와도 같은 2차전지 사업 초석을 닦는 한편 LG에너지솔루션 지휘봉을 잡으며 해당 분야를 글로벌 경쟁력 토대로 이끌었습니다. 이는 철강 외길에서 2차전지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포스코 미래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권 전 부회장의 의지도 대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CSO) 사장은 최종 후보군 명단 발표에 앞서 진행된 2023년 경영실적 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2차전지 소재 등의 부문 투자는 회사에서 긴 호흡으로 중장기 전략 및 수요에 근거해 진행되는 것"이라며 "새로운 CEO가 선임된 이후에도 현재까지 집행되거나 진행 중인 투자에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탈철강 의지를 재확인한 동시에 누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더라도 2차전지 추진 방향에는 변경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입니다. 이는 권 전 부회장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으로도 읽힙니다. 
 
◇권영수·김동섭·장인화·전중선 4파전…관건은 '용산' 의중
 
권 전 부회장과 함께 4파전이 유력한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경우, 관치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어렵지만 최 전 장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평가입니다. 한국석유공사는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정책기관입니다. 김 사장은 학자 출신으로, SK이노베이션에서 기술원장 등으로 일한 이력도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김 사장이 최종 후보군 중 정부와 코드를 잘 맞출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현 정부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수행하는 경제사절단에 최정우 회장이 번번히 제외되는 등 철저히 외면을 받는 실정입니다. 
 
포스코의 관행을 이어갈 내부 출신으로는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돋보인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장 전 사장은 2018년 최정우 회장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며 최종 후보 2인에 이름을 올렸던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전임 정부 때 선임됐던 최정우 회장과 대척점에 있었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전 전 사장은 포스코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끈 경력 등을 바탕으로 포스코의 미래를 설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종 변수는 용산의 의중입니다. 앞서 같은 소유분산기업인 KT 사태를 지켜본 포스코 사외이사들이 용산 의중을 철저히 배제한 채 독립적으로 움직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게다가 사외이사들 모두 최정우 회장과의 해외 호화출장 혐의에 연루돼 있어 정부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향후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국민연금 제동까지 걱정해야 할 형편입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보유한 최대 주주입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에도 후추위 구성의 공정성을 비판하며 최정우 회장의 3연임 시도를 무산시킨 바 있습니다. 
 
포스코 사옥.(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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