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3사, 일제히 부진…전기차 수요부진 '직격탄'
전기차 재고 쌓이는데다 수요 부진…"상반기까지 실적 부진 불가피"
LG엔솔 4분기 영업익 -53.7%, 삼성SDI 컨센서스 하회, SK온 연내 흑자 불투명
2024-01-29 16:09:16 2024-01-29 16:09:3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4분기에 일제히 실적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로 핵심 후방산업인 배터리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탓입니다. 미국 완성차 전기차 재고가 빠르게 쌓이고 있는 데다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이 역성장중인 상황에서 내실 다지기가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30일 실적 발표가 예고된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8000억원, 39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19.7% 감소하며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업계에선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까지 배터리 3사의 단기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해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4860억원)를 21%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연구원은 "리튬 가격 하락이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전방 고객들의 소극적인 수요·재고 정책을 야기하면서 전기차(EV)용 중대형 배터리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주택 경기 부진으로 전동공구에 대한 소형전지 수요 약세가 지속된 점도 실적 부진 요소로 꼽았습니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온의 경우 연내 흑자 전환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시장에선 SK온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을 3조3000억원, 영업손실은 1981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SK온은 다음달 6일 실적을 발표합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력 고객사인 미국 포드자동차의 지난해 10~11월 제품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양산수율 확보가 어려운데다 판매단가가 하락하면서 SK온의 흑자 전환이 실패한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노 연구원은 "올해 역시 SK온의 고난의 행군을 예상한다. 이미 주력 고객사들이 올해 연간 판매 가능 예상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해 수요 부진의 경고 신호가 나온 상태"라면서 "연간 흑자 전환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 맏형격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8조14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각각 2.7%, 53.7% 하락했습니다. 특히 배터리의 경우 계절적 요인을 비교적 덜 받기에 업황 변화를 살피려면 전년 동기보다 분기별 비교가 적합하다는 평가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33조7455억원, 영업이익은 2조1632억원으로, 매출은 31.8%, 영업이익은 78.2% 늘었습니다. 외형적 성장은 이뤘지만 질적 성장세는 둔화됐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제도에 따른 세제 혜택은 2501억원으로, 이 금액을 제외한 실질적인 4분기 영업이익은 881억원입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건 회사 상장 후 처음입니다. 
 
배터리 업체의 실적 하락은 전기차 성장률 둔화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HM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지난 2021년 117.1%로 고성장한 이후 2022년 65.2%, 2023년 26% 등으로 급격히 둔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진출을 확대하면서 유럽 시장 내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도 난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대선 등의 변수도 존재해 배터리 업계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녹록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처럼 배터리 시장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향후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배터리 핵심광물의 탈중국화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중저가 라인업 확대가 과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차세대 배터리를 누가 먼저 상용화하느냐도 과제가 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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