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도 극단적 진영논리…거대 양당, '소수당 봉쇄'
민주당 변심에 이탄희 "악수 중의 악수" 직격
김두관 "욕심부리면 다 죽어…명분도, 실리도 잃어"
2024-01-26 17:02:26 2024-01-26 21:59:31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정치인에 대한 연이은 테러가 발생하면서 '정치의 양극화'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진영 논리가 서로에 대한 증오를 야기하고 급기야는 폭력 사태까지 유발시켰다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다당제 구현'은 매번 정치 개혁의 주제로 거론되지만 정작 결단의 순간이 가까워지면 외면을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는 4월의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역시도 거대 양당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회귀 움직임을 보이면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막아버린 탓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개혁진보대연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퇴행 꼼수에…민주당 80명 "병립형 반대"
 
이탄희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80명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야합해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민주진영 분열의 명분을 주는 것이며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라고 비판했습니다. "'대의명분 없는 약속 대련'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선거 기간 내내 3지대, 시민단체의 공세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앞서 일명 '위성정당 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 관철을 주장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 의원이 이날 또다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각을 세운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기우는 듯한 당내 여론이 다시금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힘을 받고 있는 방안은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입니다. 전국을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중부권(충청·대구·경북·강원), 남부권(호남·부산·울산·경남·제주) 등 3권역으로 나눠 병립형 비례제를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병립형이 연동형에 비해 소수정당의 몫을 제대로 배분할 수 없다는 지적을 의식해 득표율 3% 이상을 받은 정당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의석 47석의 30% 이내에서 배분하자는 제안도 덧붙였습니다.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의원들과 당원 상당수가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정청래 최고위원은 "선거제는 총선승리와 당의 운명을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라며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병립형 땐 봉쇄조항 7%…3지대 '전멸' 불가피
 
하지만 연동형 비례제를 지지해 온 의원들은 권역별 병립형 역시 정치 퇴행임에는 다름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됐던 김두관 의원마저 돌아섰습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를 얼마나 누더기로 만들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왜 민주당을 국민배신정당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국민과 한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한마디만 하면 된다"며 "혼자 다 먹겠다고 욕심부리면 다 죽는다"고도 꼬집었는데요. "반민주적인 병립형 비례제로 가는 것은 한심하고 통탄할 일이며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일"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연동형 비례제와 위성정당방지법을 기반으로 야권연합을 하면 민주진영은 훨씬 약진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개혁연합신당'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으로도 읽히는데요. 이탄희 의원 역시 이날의 기자회견에서 "민주개혁진보대연합 논의에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임하자"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의 절반에 달하는 80여명이 이탄희 의원의 뜻에 동조하자 범진보 연대를 처음 제안한 용혜인 의원은 "큰 힘이 된다"고 화답했습니다. 권역별 비례대표 회귀 시 봉쇄조항은 현재 3%에서 7%로 상향됩니다. 현재 정의당은 물론, 3지대 신당 지지율이 5%포인트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원내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입니다. 
 
용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와 비례연합정당은 민주당에 소수정당을 배려해달라, 자선사업을 해달라 따위의 제안이 아니다"며 "윤석열정권 대 민주개혁진보 대연합 1대 1 구도로 180석 민주당 혼자만으로도 어려웠던 개혁과제를 실현해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안착된다면 국민의힘 같은 '민심 배반 정당', '수준 이하 정당'은 결코 과반 의석을 갖지 못할 것"이라며 선거제와 관련한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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