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양보에도 한동훈 '마이웨이'
한동훈, 김경율 사퇴에 "들은 바 없다"…김건희 사과도 '입장 유지'
2024-01-24 17:03:16 2024-01-24 17:50:5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사상 초유의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 권력투쟁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건희 리스크' 등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권 내부의 전운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공멸'은 막았지만, 일시적 봉합일 뿐 언제든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여전합니다. 팽팽한 신경전의 대상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거취로 좁혀집니다. 다만, 이조차 당장의 과제일 뿐 '공천권'과 '김건희 특검법' 등도 난제로 남아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단 한 발 물러서면서 수습 모양새를 취했지만, 계속해서 한 위원장의 '마이웨이'를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한동훈, '김건희 리스크'에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
 
한 위원장은 24일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리스크 관련 입장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말했습니다. '김 여사의 사과나 입장 표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도 "지금까지 말씀드려온 것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8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기본적으로는 '함정 몰카(몰래카메라)'이고 그게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맞지만,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19일에는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대통령실과 결을 달리했습니다. '국민 눈높이'를 기준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우회적으로 사과의 필요성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한 위원장은 또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가 윤 대통령과의 갈등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며 사퇴설을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의 핵심은 결국 민생"이라며 민심을 보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윤 대통령이 전날 한 발 후퇴하며 손을 내민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예정된 일정 시간을 앞당겨가며 충남 서천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 한 위원장과 조우했는데요. 현장 점검을 마친 후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전용열차 동승까지 제안하며 함께 상경했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논란과 관련해 방송사 신년 대담을 통해 패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아이디어까지 냈는데요. 이와 달리 한 위원장은 두 개(김건희-김경율)의 충돌 지점에 대해 그 어떤 양보 뉘앙스도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이번 수습이 '일시적 봉합'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당 사무처를 순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멸 막았지만 '일시 봉합'…공천권 등 '산 넘어 산'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전제로 한 한 위원장의 홀로서기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 충돌 및 수습 과정을 통해 한 위원장은 기존 인물들(김기현 등)과 확실히 다르다는 인식을 대내외에 과시했습니다. 자연스레 당의 주도권도 한 위원장 중심으로 재편될 여지가 커졌습니다. 연판장 등으로 경우에 따라 지도체제를 엄호 및 위협했던 친윤계도 공천이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 위원장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한동훈(법무부), 이상민(행정안전부) 등과 함께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내각 실세로 군림했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의 갈라치기 선동 드라이브에 끌려갈 이유는 없지만, (논란은) 풀긴 풀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한 위원장과 보조를 맞췄습니다. 원 전 장관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 위원장과 달리 당 경험이 풍부해 정세를 읽는 눈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여권 내 기류는 착잡하기만 합니다. 특히 한 위원장이 수차례 공천권 행사 의지를 밝힌 터라 용산 대통령실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렇게 되면 총선 이후 국민의힘은 한동훈 체제로 빠르게 무게 중심이 이동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여당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윤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과 마주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수순입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어설픈 봉합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이제 쟁점이 좁혀져 김경율 비대위원을 가지고 줄다리기하는 양상으로 갈 것으로 본다. 김 비대위원을 괴롭히기 위한 2차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둘 다 진 게임"이라고 평가하면서 "(김 여사) 사과 등 문제는 부차적이고 중요한 건 공천 문제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 공천인지, 한심(한 위원장 의중) 공천인지 아직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가 남아 있어 계속 봉합이 유지되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사무처 순방을 하며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총선승리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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