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 위기감에 '재결합'…한동훈 배짱 통했다
서천 화재현장 동행 점검…윤 대통령 요청에 상경열차 동승
초유의 정면충돌, 이틀 만에 봉합 국면…국힘, '한동훈 체제' 가속화
2024-01-23 17:03:42 2024-01-23 18:15:02
[뉴스토마토 박진아·신태현 기자] 22대 총선을 눈 앞에 두고 촉발된 사상 초유의 여권 내 권력투쟁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사퇴 요구'와 '즉각 거부'로 정면충돌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더 이상의 확전을 자제하며 파국만은 막았는데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멸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파국 직전 대통령실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한 위원장의 입지는 한층 공고해질 전망입니다. 갈등 봉합 수순에 들어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3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 재래시장 현장을 찾아 함께 점검에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과 동승한 한동훈 "깊은 존중과 신뢰"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남 서천 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긴급 방문하면서 현장 방문에 먼저 도착한 한 위원장과 조우했습니다. 당초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부터 의원회관, 중앙당사 등 당 사무처를 순방할 예정이었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일정을 취소한 뒤 서천 화재현장을 긴급 방문했습니다.
 
이에 따라 긴급 지시와 함께 사전에 현장 방문을 계획한 윤 대통령과 정면충돌한 지 이틀 만에 만나게 됐는데요. 화재 현장에 먼저 도착한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기다렸고, 이후 만난 두 사람은 함께 화재현장을 둘러보며 점검에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 후 어깨를 툭 치는 등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과 함께 현장 인원들을 격려하고 복구·지원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주민들의 특별재난지역선포 요청에 "특별재난지역선포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울 경우에도 이에 준해서 지원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화재 현장을 둘러본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전용열차로 함께 상경했는데요. 여권에 따르면 현장 점검을 마친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열차로 같이 타고 갈 수 있으면 갑시다"라고 제안했고, 한 위원장은 "자리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함께 전용열차로 향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과 상경 열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뒤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국' 피한 여권…'한동훈·한오섭' 회동 초읽기
 
공멸 위기감에 일단 봉합 국면으로 돌아선 윤 대통령은 민생에, 한 위원장은 총선에 각각 주력하면서 서로 간 '물밑 채널'이 정무적 메시지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한 위원장은 금명간 비공개 회동을 가질 예정입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이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국민의힘은 '한동훈 체제'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는 앞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찍어낸 김기현 전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안철수 등과는 달리, 한 위원장이 최후 반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도 극적 봉합에 한몫했습니다. 윤 대통령 중간평가가 코앞이라는 '시기적 급박성'도 한동훈 체제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선 이번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즉각 거부한 한 위원장에 대해 "(한 위원장의) 배짱이 통했다"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일단 파국 위기를 벗어난 한 위원장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이번 사태 이면에는 '김건희 리스크'를 둘러싼 미묘한 입장 차가 주요 충돌 요인으로 꼽히면서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사이에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았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는 여권 내 권력구도에 따라 언제든 위기시계가 작동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는데요. 당장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을 비롯해 '공천 잡음' 등 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수들로 인해 갈등 상황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입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봉합을 빨리 안 하면 여권은 선거를 치를 수가 없다"며 "다만 대통령실이 완전히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건희 여사 문제는 대통령실에서 굉장히 성역화돼 있는 상황이라 이 부분은 오늘, 내일 봉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단 봉합 완성이 안 되면 둘 다 손해이기 때문에 봉합은 됐다"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은 대통령 지지율 갖고는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미래권력이 나서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여권 입장에서는 이번 갈등이 꼭 그렇게 나쁜 갈등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신태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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