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 개입 없다더니…이준석·김기현에 한동훈까지 '내 마음대로'
1년8개월 새 6명 당대표…'윤심' 거스르면 바로 '아웃'
2024-01-22 17:40:00 2024-01-22 19:19:4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대통령실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당무 개입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8개월 동안 여당인 국민의힘은 5번의 리더십 교체를 겪었는데, 배경에는 모두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당의 일과는 거리를 두겠다"던 그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졌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하라는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후 현재까지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겸 원내대표→주호영 비대위원장→정진석 비대위원장→김기현 대표→한동훈 비대위원장 등 6번의 수장을 경험했습니다. 이 중 '임시'였던 주호영·정진석 두 사람을 제외하더라도 세 명의 대표는 기간에 비해 적지 않은 수인데요. 이들의 등판과 퇴진에는 모두 '윤심'이라는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거 대통령이 당을 쥐락펴락했던 총재 시대로 회귀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내부 총질' 이준석 퇴출…당대표 선거 노골적 개입
 
대선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적지 않았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결별은 이 전 대표의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며 본격화 됐습니다. 당 윤리위원회에서 그의 당원권 6개월 정지를 의결하면서 윤 대통령 취임 100일도 채 지나지 않아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는데요.
 
윤 대통령이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과의 메신저 대화에서 이 전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지칭했던 사실이 공개되며 당무 개입 논쟁이 격화됐습니다. 권성동 체제는 당시 '체리따봉' 논란 끝에 20일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시를 내려 주호영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켰죠. 
 
국민의힘을 자신의 입맛대로 다루려는 윤 대통령의 시도는 새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앉히기 위해 나경원, 유승민, 안철수 등 유력한 경쟁자들에게 대놓고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첫 희생양은 나경원 전 의원이었습니다. 당대표 출마를 시사한 나 전 의원에게 대통령실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주며 불출마를 종용했는데요. 나 전 의원이 사표를 제출하며 출마 의지를 보이자 당시 그가 맡고 있던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직까지 모두 해임 처리를 했습니다. 나 전 의원은 당 내 초선의원 48명이 비판성명으로 압박하자 결국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을 막는 데에는 전당대회 경선 룰 변경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당원투표 100% 방식으로 당대표 선출 방식을 바꾸면서 유 전 의원이 스스로 물러나게 한 것입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출마 선언을 하며 "폭정을 막고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하겠다"라고 대통령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김 전 대표와 직접 경쟁을 하게 된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보다 거칠고 직접적인 비방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안 의원은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이라는, 정당민주주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반발했는데,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며 윤석열정부를 향한 비판을 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식당에서 4선·5선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김기현 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핵관'도 눈 밖에 나는 순간 '끝' 
 
이렇게 '윤심'을 업고 당대표에 오른 김 전 대표는 아이러니하게도 '윤심'에 의해 내침을 당했습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수습 과정에서 혁신 방안 중 하나로 '중진 의원 불출마'를 요구했으나, 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아바타'라고까지 불리우며 완벽한 '윤심'으로 여겨졌던 한 비대위원장은 한 달도 못 채우고 눈 밖에 났습니다. 역시나 윤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를 통해 의중이 외부로 알려졌습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용 의원이 여당 의원 전체가 모인 메신저 단체방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기사 링크를 올린 것입니다. 
 
이를 두고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 자신이 만든 김기현 전 대표를 내쫓고 직속 부하 한동훈을 내려꽂은 지가 한 달도 채 안됐는데 또 개싸움인가. 80일 남은 총선은 어떻게 치르려고 이러는 건가"라고 비판했는데요.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잘 아는 모 인사가 얘기하길 이관섭 실장을 보냈다는 건 약속대련이라는 의미라더라"며 "(당정 충돌은) 애초에 기획으로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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