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포스코 차기회장 도전…LG도 '촉각'
엔솔 총괄했던 권영수 전 부회장 행보에 LG 내부 "마뜩치 않다"
지휘봉 잡을 경우, 2차전지 최종 단계 '셀' 도전 배제 못해
KT도 LG출신…정권 부담 및 비철강 인사 부적합 기류도
2024-01-22 14:01:41 2024-01-22 15:27:03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차기 포스코 회장에 도전한 가운데, LG그룹에서 권 전 부회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룹 내부에선 권 전 부회장의 행보를 마뜩치 않아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44년 정통 'LG맨'인 권 전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사장, LG화학 사장(전지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를 두루 역임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포스코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7일 내부 인사 6명과 외부 인사 12명이 포함된 차기 회장 후보군 '롱리스트'를 선정했습니다. 권 전 부회장은 내·외부 인사 18명이 이름을 올린 롱리스트에 외부 인사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셀'까지 구축? 포스코, 2차전지 전 과정 아우르게 돼
 
22일 재계에 따르면, 권 전 부회장은 LG 퇴임이 확정된 이후 포스코 차기 회장 도전 의사를 굳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평소 주변에 2년은 더 LG에 있을 것으로 기대성 의사를 표시했지만, 구광모 회장의 용퇴 결정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권 전 부회장은 이후 측근으로부터 포스코 이사회 구성 관련 브리핑 등을 받은 것으로도 파악됐는데요. 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 사옥 근처에 사무실을 내고 재계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권 전 부회장이 LG그룹 내 2차전지를 담당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총괄했다는 점이 LG그룹으로서는 촉각을 세우는 대목이라고 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포스코퓨처엠으로부터 양극재·음극재를 사는 거래관계에 놓여있다"며 "시장구조상 '엔솔이 갑이고 포스코퓨처엠이 을'인 셈인데, 권 전 부회장이 포스코로 간다면 엔솔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권 전 부회장이 포스코의 지휘봉을 잡을 경우 2차전지 최종 단계인 '셀' 도전도 배제 못한다"며 "이럴 경우 포스코는 원자재 리튬부터 중간재이자 소재인 양극재·음극재, 최종 제품 셀,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2차전지 전 과정을 구축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권 전 부회장이 평생 몸을 담았던 'LG를 배신했다'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포스코 사옥.(사진=연합뉴스)
 
거물 권영수 도전에도 회의적 시각 팽배
 
'거물' 권 전 부회장의 도전에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무엇보다 포스코는 내부 출신을 수장으로 삼는 전통적 관례가 있습니다. 포스코의 역대 회장들을 살펴보면 제4대 회장이었던 김만제 전 경제부총리(1994년~1998년 재임)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부 출신이 수장에 오른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권 전 부회장이 훌륭한 경영자이지만, 철강업은 며칠 공부한다고 바로 따라 잡을 수 없는 분야"라며 "포스코의 80% 비중은 철강에 있다. 철강 본업이 흔들리면 2차전지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도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방향을 잡아가려면 철강업에 종사한 포스코맨들이 수장에 적합하다"고 했습니다.
 
포스코 출신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업계 CEO 경험이 있는 분이 온다면 양해가 될지 모르겠지만, 임직원들의 사기 문제 등을 감안했을 때 (외부 인사 영입은)포스코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외부 상황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권 전 부회장의 경우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고등학교·대학교(경기고·서울대) 동문이자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는데요. 외부 인사의 장점 중 하나가 정권과의 소통인데, 김 전 실장이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외부 인사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됩니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자신이 기업 인사에 개입했다는 지라시(정보지)가 유포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설들이 난무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포스코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인 KT도 LG 출신인 김영섭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는데요. 포스코까지 LG 출신이 차기 수장을 맡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LG그룹과 현 정권이 특별한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여당으로서도 도움이 안 되는 그림"이라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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