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의 신성장 동력은 반도체·AI·로봇
매각한 인프라코어 공백 채우는 두산테스나
협동로봇에 AI 심어 판로개척 나선 로보틱스
2024-01-22 06:00:00 2024-01-22 06:00:00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커다랗고 무거운 중후장대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던 재계 17위 두산그룹이 산업 경계를 허무는 인공지능(AI)을 발 빠르게 도입, 개발에 나서면서 무게 추를 반도체와 AI, 로봇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핵심 자회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반도체 후공정 기업 두산테스나는 올해도 투자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를 테스트하는 이 기업은 두산이 지난 2022년 4600억원에 인수했는데요. 두산은 인수 이후 향후 5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두산이 반도체 후공정에 속하는 패키징 기술력을 갖추기 위한 인재 확보 및 생산시설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웨이퍼 테스트는 반도체 칩이 새겨진 원형 웨이퍼를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받아 전기와 온도, 기능 테스트를 진행해 양품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입니다. 주요 테스트 제품은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이미지센서와 무선 통신칩(RF) 등이 있습니다.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업황 침체에도 꾸준한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며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부상하고 있는데요.
 
실제 두산이 테스나를 인수한 이후인 지난해 1분기부터 실적은 지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작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46억원, 119억원, 2분기 매출 890억원 181억원, 3분기 894억원 17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가운데)과 박지원 그룹부회장(왼쪽)이 10일(현지시간) CES 2024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를 찾아 두산 부스에서 AI칵테일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그룹)
 
 
두산테스나 인수 당시 건설과 중공업을 필두로 한 두산이 반도체 기업을 인수한다는 것에 대해 업계는 의아해했지만 그룹 내에서는 채권단 아래 놓인 두산이 핵심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등을 매각하면서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반도체, IT기업을 발굴해왔다는 분석입니다.
 
두산테스나는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처럼 굵직한 반도체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데요. 반도체 기업들은 미세화 공정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반도체 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패키징 기술이 미세 공정 한계를 해결하고, 칩의 성능과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로 보고 기술 투자에 한창입니다. 두산테스나 역시 패키징 기술 확보를 위해 뒷받침 되어야 할 인재와 생산시설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한 두산로보틱스는 현재 산업에 쓰이는 협동로봇이 주력 제품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협동로봇에 한정되지 않고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만큼, AI 개발에도 적극적입니다.
 
최근 두산로보틱스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AI 언어모델인 GPT 기반 차세대 로봇솔루션을 개발, 이를 접목한 제품을 ‘CES 2024’에서 선보인 것도 로봇 플랫폼 구축의 일환인데요.
 
두산로보틱스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4에서 사람의 표정을 분석해 그에 맞는 칵테일을 만드는 협동 로봇 ‘오스카 더 소터’를 선보였습니다. 이때 사람의 표정을 읽는 것에 쓰인 AI 기능이 MS와 협업한 결과물입니다. 
 
이처럼 현재 두산이 주력하고 있는 로봇 시장은 분명합니다. 협동로봇인데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협동로봇은 전통 산업용 로봇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 시장으로서 2025년까지 연평균 약 36%의 성장세가 전망됩니다.
 
하지만 두산은 여기에 그치지않고 로봇에 AI와 카메라를 장착해 로봇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작업을 실행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화된 로봇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두산의 대표적인 협동로봇은 로봇 팔의 형태를 가진  ‘Arm’인데요. 두산은 Arm에 이동이 가능한 자율 모바일 로봇(AMR·Autonomous Mobile Robot)이 결합된 모바일 협동로봇(MoMa·Mobile Manipulator)을 통해 진일보한 B2B 로봇 시장을 개척한다는 목표입니다. CES를 찾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AI 발전이 어디까지 왔는지, 전통 제조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있게 보고 있다”며 “AI 기술과 우리 비즈니스의 연계 살피고 사업 기회 찾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AI가 본격적으로 로봇 등 하드웨어에 적용돼 우리 일상에 스며드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두산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AI를 기존 사업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통해 실현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감지돼 AI 로봇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두산로보틱스가 출시하는 E시리즈 이미지.(사진=두산로보틱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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