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거부권 초읽기…민주화 이후 '최다'
'이태원 특별법'마저 외면…민주 "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
2024-01-18 16:48:20 2024-01-18 22:33:52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일명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임기 중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9개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민주화 이후 최다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우는 셈입니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법안 거부권 '0회'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총 7번의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6번,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2번과 1번의 거부권을 사용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빈도는 16년가량 재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7번을 넘어서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로 따지면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이 43번으로 가장 많습니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법안 거부권을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는데요. 그 이후 '간호법 제정안'(5월16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12월1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12월1일)도 거부권을 사용해 국회로 되돌려보냈습니다. 대부분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를 시켰던 법안들인데요. 이 법안들은 국회로 되돌아와 재표결을 실시했으나 결과적으로 모두 폐기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새해에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의 마지막 본회의였던 지난달 28일 통과된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지난 5일 정부 이송과 동시에 국회로 돌려보냈습니다. 
 
쌍특검법 역시 앞서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과 마찬가지로 재표결을 거쳐야 최종 운명이 결정되는데요. 재표결을 하는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앞선 법안들처럼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재의결 시기가 각 당의 총선 공천 시점과 맞물려 있는 만큼, '여당 내 이탈 표'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최대한 빨리 재표결에 나서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등의 수단을 강구한 후 재표결을 진행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국민의힘이 이날 의결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를 규탄하며 삭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 이후로 넘긴 특별법…'총선 전' 폐기될 판
 
이태원 참사 특별법 역시 윤석열정부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천신만고 끝에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당시 법안 설명을 위해 단상에 오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수정안을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동될 전망입니다. 총선 이후 법 시행을 예고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총선도 전에 사라지게 생겼습니다. 
 
입법부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규정된 거부권이 남발되는 상황을 두고 야당은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라며 윤 대통령의 법안 수용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또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159명 국민의 생명보다 총선 공천권이 더 소중하냐"며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이 총선용 정쟁이라니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습니다. 
 
민주당 탈당파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신당 '미래대연합'도 "윤 대통령이 여당의 건의를 받아들인다면 올해 2번의 거부권 행사 모두 '방탄 거부권'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가족과 측근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정부·여당이 민주당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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