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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6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고금리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 불안한 대내외적 경제 환경 속에 건설경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말부터 치솟은 원자재 가격 인상 릴레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고,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던 주요 건설사들의 계획이 잇따라 미뤄지고 있다. 다만, IPO 시장은 바닥을 치고 내년 반등의 기회를 모색 중이다. 이에 따라 <IB토마토>는 내년 IPO 가능성이 점쳐지는 주요 건설사들의 현재 상황을 짚어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국내 ‘탑 10’ 건설사로 올라선 호반건설은 언제 상장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은 잠재적 기업공개(IPO) 후보군으로 꼽힌다. 다만 지난 2020년 한차례 상장 추진을 철회한 이후 3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행보가 감지되지 않고 있어 내년 IPO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06800)과 KB증권은 올해 계약 종료에 따라 호반건설 상장 주관사 지위에서 내려왔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8년 두 증권사를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를 준비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국내 증시가 혼란을 겪으며 호반건설 본사에 상주하던 주관사단 인력이 철수했고, 이후로 상장 논의가 나오지 않고 있다. 회사 내 IPO 추진 담당 임원과 담당조직도 없는 상태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상장 계획이 없다”라며 잘라 말했다.
서울 강남구 호반건설 사옥.(사진=뉴시스)
급변한 건설 IPO 시장…호반그룹 ‘조용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실제 2020년 이후 건설사에 대한 IPO 문턱이 크게 높아졌다. 일례로 현재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앞두고 있는 SK에코플랜트의 경우를 보면, 사업 포트폴리오 중 전통적인 건설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시작된 전 세계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존 건설사업의 원가율을 위협하며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에 기관투자자들은 건설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의 리스크를 더욱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호반건설도 IPO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진 않지만, 새로운 먹거리 탐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2년 12월 기준 호반건설이 11.36%의 지분을 보유한 호반산업은 지난 2021년
대한전선(001440) 지분을 매입하며 현재 40.33%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반산업은 지난 2021년 연결 기준 매출 2조2670억원, 영업이익 1482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4조2790억원, 영업이익 5456억원으로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전선 역시 매출 2조4505억원, 당기순이익 218억원으로 호반산업 실적에 크게 이바지했다. 호반산업의 종속기업 가운데 티에스자산개발(당기순이익 232억원) 다음으로 많은 이익을 낸 것이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이 이끈 벤처캐피탈 역시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지난 2016년 설립된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와 2019년 설립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김대헌 사장의 호반건설 기획총괄부문 산하에 있다.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는 지난 2021년 매출 303억원, 당기순이익 2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97억원, 당기순이익 96억원을 각각 올렸다.
탄탄한 재무건전성…비상장에도 ‘톱 10’ 건설사 지위
호반건설은 견조한 실적과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2071억원, 영업이익 59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은 37.5%, 영업이익은 53.0%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말 호반건설의 부채비율은 56.8%에 불과하다. 4434억원의 장·단기차입금이 있음에도 자산총계는 6조8924억원에 달해 차입금의존도 역시 6.4%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호반건설의 경우 신사업 추진 등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동기부여가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건설사업의 적절한 리스크 관리만 이뤄진다면 운영상 큰 위협은 없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호반건설은 2023년 시공능력평가에서 10위에 오르며 건설업계에서의 높은 경쟁력을 증명했다. 2019년 첫 10위권에 오른 이후 4년 만에 다시 복귀한 것이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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