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건희 특검은 총선용 악법"…시작부터 '용산 2중대'
국민의힘 전국위, 한동훈 비대위원장 임명안 가결
"대통령실과 수직적 아닌 상호협력 동반자 관계"
"지역구·비례 출마 안해"…이재명과 차별화 포석
2023-12-26 17:20:01 2023-12-26 18:13:22
  
[뉴스토마토 김진양·최수빈 기자]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로 새출발을 알렸습니다. 쇄신의 얼굴이 된 한 비대위원장은 "오직 이 나라 미래만 생각하면서 승리를 위해 용기 있게 헌신하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는데요. 하지만 그가 걸어야 할 길은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에 가까운 형국입니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법안과 '이준석 신당' 등 며칠 남지 않은 올해에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총공세를 예고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는 '총선용 악법'이라는 대통령실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며 시작부터 '용산 2중대'라는 비판을 떨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73년생 비대위원장에 75년생 비서실장
 
국민의힘은 26일 온라인으로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의결했습니다. 자동응답전화(ARS)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국위원 재적 824명 중 650명이 투표에 참여해 비대위원회 설치의 건은 찬성 641명 대 반대 9명으로 가결됐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임명안은 찬성 627명 대 반대 23명으로 원안대로 통과됐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락의 변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사진)
 
한 비대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는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이니 잘해라가 아니라 무릎을 굽히고 낮은 자세로 국민만 바라보자"며 "국민의 이익이 먼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선당후사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선당후사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선민후사를 해야 한다. 국민의힘보다도 국민이 우선이다. 나부터 선민후사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973년생 비정치인'이 사실상의 여당 대표로 취임함에 따라 총선 시계도 한층 빨라질 전망입니다. 한 비대위원장은 즉각 당 노동위원장인 초선 김형동 의원(경북 안동·예천)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김 의원은 1975년생으로 한 비대위원장보다 두 살 어린데요. 여당 내부에선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출생)'가 부상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지율 올랐지만…'용산출장소' 탈피는 아직
 
한 비대위원장의 취임으로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향한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됐습니다. 실제로 그에 대한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가 명확히 나타나고 있는데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21~22일 정당 지지율을 조사(25일 공표·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3%포인트 상승한 39.0%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44.7%에서 41.6%로 3.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두 당의 지지율 격차는 8%포인트에서 오차범위 이내인 2.6%포인트로 좁혀졌습니다. 지난 3월 2주차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지율 상승효과가 내년 총선 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윤석열 아바타'라는 꼬리표가 계속되는 한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중수청(중도층·수도권·20대) 표심'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건희 특검' 관련 질문에 "총선용 악법이다. 어떤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보고받고 같이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4일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흠집 내기를 위한 법안"이라고 지적하며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첫 시사하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총선용으로 기획된 국민주권 교란용 악법"이라고 거든 것을 재차 확인하는 발언인데요. 
 
대통령실과의 수직적 당정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상호협력 동반자 관계"라고 원론적으로만 답했습니다. "누가 누구를 막고 사극식 궁중암투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 우리는 우리 할 일 하고 대통령은 대통령 할 일 하면 된다"고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지만 '용산출장소' 이미지를 탈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한 비대위원장은 오는 27일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도 해소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을 진영에 상관없이 만나고 경청해 나갈 것"이라며 "특정 분들을 전제로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총선 불출마 승부수…'이재명·영남 중진' 겨냥 이중포석 
 
한 비대위원장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해 대립각을 세운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이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나라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이재명 민주당, 숨어서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과 싸우겠다. 호남, 충청, 제주에서 싸워 반드시 이기겠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며서 "승리를 위해 뭐든 다하겠지만 그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 않겠다"며 "지역구로도,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는 지역구 출마를 고수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차별을 두려는 선제적 포석으로 읽히는데요. 향후 공천 과정에서 영남 중진의 인적 쇄신 반발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습니다. 
 
한 비대위원장은 "우리 당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하는 사람만 공천을 할 것이고 나중에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출당 등 강력한 조치를 가할 것"이라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번복한 이 대표를 재차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김진양·최수빈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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