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까지 로켓배송…백화점 '긴장'
쿠팡, 생필품 이어 명품 시장도 접수 시도
특유의 신뢰도 바탕의 업역 확대 도전…업체 경쟁 구도 치열해질 듯
기존 채널 타격 불가피하겠지만…의외로 반향 얻기 어려울 수도
2023-12-22 15:32:25 2023-12-22 15:32:25
 
[뉴스토마토 김충범·고은하 기자] 백화점, 온라인 플랫폼 등 제한된 채널을 중심으로 철옹성처럼 운영됐던 명품 시장에 쿠팡이 뛰어들면서 업계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쿠팡이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명품 기업을 품게 되면서 업체 간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인데요.
 
쿠팡의 명품 시장 진입과 관련해 백화점, 온라인 플랫폼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가 하면, 명품 특성상 눈으로 직접 보고 고르는 경향이 강해 예상만큼의 반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상반된 관측도 나옵니다.
 
쿠팡, 파페치 인수에 5억 달러 투입…기존 채널 위협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세계 최대 규모 명품 패션 플랫폼인 '파페치(Farfetch)'를 인수했습니다. 파페치는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등 1400개 명품 브랜드를 미국 등 190개국 이상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명품 기업입니다.
 
쿠팡Inc는 파페치 인수에 5억 달러(약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합니다. 아울러 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탈과 함께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 및 자산 인수를 목적으로 '아테나(Athena Topco)'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인데요. 이에 따라 지분은 쿠팡Inc가 80.1%, 그린옥스 펀드가 19.9%를 나눠갖게 됩니다.
 
쿠팡Inc는 탁월한 운영 시스템 및 물류 혁신을 파페치의 선도적 역할과 결합, 글로벌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쿠팡이 본격적으로 명품 시장에 진입하면서, 직접적 경쟁 상대인 백화점 업계와 온라인 명품 플랫폼 업계는 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입니다.
 
백화점의 경우 오프라인 업계에서는 명품 매출을 근간으로 꾸준히 실적 방어에 성공한 대표적 채널로 꼽히는데요. 일반적으로 명품 매출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안팎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샤넬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의 줄인상, 경기 불황 여파로 명품 소비심리는 다소 위축된 상황이라, 백화점 업계의 긴장은 더 커지고 있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전년 동월 대비 명품 매출은 8월 7.6% 역신장세로 반전된 이후 9월 -3.5%, 10월 -3.1% 등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발란·트렌비·머스트잇 등 명품 중심의 사업 모델을 토대로 성장한 온라인 명품 플랫폼사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모바일인덱스의 지난 9월 말 기준 이용자 수를 살펴보면, 1년 새 발란은 572만명에서 292만명, 트렌비는 498만명에서 260만명, 머스트잇은 261만명에서 142만명으로 감소했는데요. 이들 업체 역시 새로운 포트폴리오 확보가 절실해진 상황입니다.
 
시장 장악 두고 찬반 엇갈려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명품 시장에 참전함에 따라 업계, 기존 업체들의 타격은 일정 부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은 이미 온라인 거래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고 고객 관리 정책 등 인프라도 구축했기 때문에, 다른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지니지 못하는 역량을 분명 갖추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명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품질 관리 및 AS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마련인데, 쿠팡의 경우 이 같은 우려가 경감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지학과 교수는 "명품 시장이 아직 오프라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온라인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쿠팡의 입장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쿠팡은 생활용품을 다룬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명품은 파페치, 생활용품은 쿠팡' 등의 이원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은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에 적합한 아이템으로 명품을 선정한 것 같다"며 "명품은 기존 일반 상품과는 완전히 다른 소비 패턴을 갖고 있는 품목이다. 생필품을 주력으로 한 쿠팡이 이에 진입한 자체가 굉장한 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쿠팡이 명품 시장을 장악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은희 교수는 "국내 시장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이 명품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받는 점에 대해 아직 회의적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백화점을 가면 하다못해 포장지도 고급 재료를 사용하기 마련인데, 온라인을 통해서는 이 느낌을 받기 어렵다.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의 경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온라인에서 구매가 활발하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비싼 돈을 지불하기에 신중한 소비 형태가 첨예하게 드러나는 품목이 명품이다. 명품만큼은 반드시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쿠팡이 시장을 접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명품은 진위 여부가 중요하지, 도착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로켓배송은 생필품일 때나 의미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시민이 백화점 내 루이뷔통 광고판을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고은하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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