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돈이 될지, 모든 산업의 새 먹거리가 걸린 중요한 시점입니다. 의외로 AI의 살길은 규제가 열고 있습니다. 바로 유럽에서 강도를 높이는 온실가스 감축 규제입니다.
SK텔레콤은 AI를 접목한 감축사업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2023 토마토ESG 포럼’에 참석한 강세원 SK텔레콤 환경정책팀장은 “국내 최초 통신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기술로 환경부의 감축사업 인증을 획득했다”며 “AI 기반 분석기법을 활용해 전력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밝혔습니다. 감축사업이 돈이 되고 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AI서비스도 돈이 되는 전개입니다.
규제완화만이 능사가 아닌 것이죠. 좋은 규제는 시장의 새롭고 건전한 발전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작은정부 성향의 보수정권이 집권하다 보니 규제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나빠진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규제는 시장의 선방향을 이끕니다.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며칠 전 본지를 포함한 일부 매체가 증자 관련 보도를 했지만 금융감독원은 사측에 조회공시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당일 주가는 떨어졌고 공시규제가 작동하지 않은 탓에 주주들의 궁금증 속에 시장의 설로 묻혔습니다. 심지어 증자 발표 당일 아침엔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는 보도마저 있었지만 역시 조회공시 요구는 없었습니다. 그날 역시 주가는 떨어졌습니다. 주주들은 정보의 비대칭 속에 적절하게 투자판단할 시기를 놓쳤습니다.
주관사를 선정할 단계 후에 공시할 정도라면 사전 미공개정보를 접한 사람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 누구는 미공개정보를 이용가능합니다. 정보의 비대칭 속에 주주는 손해를 보는데 한쪽에선 득을 본다는 얘깁니다. 그걸 방치한 것은 제도입니다. 필요했던 공시 규제가 작동하지 않은 탓입니다.
시장도 제도도 말로만 주주친화할 게 아닙니다. 유상증자 같은 큰 이슈는 회사의 방침을 미리 알리고 주주를 설득하거나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상증자를 꼭꼭 감춰야 하는 악재로만 치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LG디스플레이만 해도 단순 대출을 받아 빚을 갚는다면 회사 신용도가 떨어지고 금리가 오른 환경에서 이자비용이 오르고 회사 이익은 더 나빠져 배당여력이 줄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주주가치도 하락하면 주주에게도 부정적입니다. 유상증자는 그런 악순환을 끊어낼 방책일 수 있습니다.
망해 가는 회사가 급한 불을 끄고자 유상증자하는 것은 경영실패를 주주에게 떠넘기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성장기업이라면 빠른 정상화로 주주에게 돌려줄 이익도 생깁니다. 이런 목적을 시장에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불시의 통보가 늘 말썽입니다. 그러니 주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기업과 그룹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지는 것이죠.
공시 규제를 높이는 건 건전한 시장을 조성하고 투자자 신뢰를 얻어 시장을 활성화시킬 방법일 수 있습니다. 유럽의 환경규제가 대응하기는 어려워도 공시에 소홀한 기업과 차별화가 가능해지는 것처럼 말이죠. 토마토ESG 포럼에 참석한 정재홍 김앤장 변호사는 “ESG 공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정확한 공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국내 공시인프라 구축, 검인증 자격 등 공시정보의 3자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공시 규제 역시 또다른 일자리 제공으로 연결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양도세 완화는 연말에만 반짝 효과가 있습니다. 필요한 규제가 제대로만 작동해도 시장은 건전하게 발전할 것입니다. 물론 제도가 후진적이어도 ESG, 주주친화를 자처하는 기업이라면 마땅히 규제 전에 주주들과 소통해야 할 것입니다.
이재영 뉴스토마토 산업1부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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