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도 어려워"…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 '뚝'
주요 건설사 수주액 40조→16조원
호반·롯데·현엔, 1조원 하회
2023-12-18 16:23:09 2023-12-18 16:23:09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건설사들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반토막 났습니다. 지난해 수조원의 수주고를 올린 것과 달리 공사비 인상 등으로 재개발·재건축업계에 찬바람이 불면서 '1조 클럽' 진입도 버거운 모습입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이달 17일까지 국내에서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은 총 50건으로, 16조5437억원 규모입니다.
 
지난해 108건, 40조3051억원의 수주 실적과 비교하면 건수도 금액도 절반에 미치지 못합니다.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이 앞다퉈 정비사업 수주고를 자랑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수주액을 공개하지 않은 호반건설을 제외한 9개사는 지난해 수주 1조원을 거뜬히 넘겼으나, 올해는 2개사가 1조원도 채우지 못한 상황입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3건의 사업을 확보했지만, 올해는 마수걸이 수주 소식도 전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기간 롯데건설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4조3638억원에서 5173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수주액 감소율은 88.15%로, 수치가 집계된 9개사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조1647억원에서 57.39% 줄어든 922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연말 추가 수주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게 현대엔지니어링 측의 설명입니다.
 
(표=뉴스토마토)
 
GS건설과 DL이앤씨는 각 1조5878억원, 1조1824억원 규모를 수주하며, 전년 대비 74.75%, 75.84%의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대우건설은 지난 17일 5704억원의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추가 확보함에 따라 수주액을 1조6858억원으로 늘렸습니다. 그럼에도 지난해 수주액 5조2759억원의 32% 수준에 불과합니다.
 
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던 삼성물산은 1조4130억원, 환경·에너지기업으로 전환을 선포한 SK에코플랜트는 1조158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1조원대 수주고를 이어갔습니다.
 
이처럼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공사비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에 있습니다. 공사비는 급격히 인상된 반면 집값은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정비사업 진행이 부동산 호황기 때만큼 원활히 이뤄지기 어려워졌죠.
 
여기에 건설사들은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며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거나 큰 리스크를 안을 수 있는 곳들은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해 수주에 나서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렇다 보니 서울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동작구 노량진1구역 등 알짜 사업장들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경쟁입찰은 고사하고 입찰에 들어오는 시공사가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사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올라 시공사와 정비사업장 간에 갈등을 겪는 곳이 많다"면서 "이전 수주물량이 많은 곳들은 앞으로 잡음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리크스 관리에 신경써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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