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보복행위는 '스토킹'…대법 첫 인정
"지속·반복적 행위에 해당"
2023-12-14 16:36:53 2023-12-14 18:35:56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층간소음을 보복하겠다며 고의로 지속해서 소음을 발생시킨 행위는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4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이웃 간 일부러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도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인 행위에 해당하면 스토킹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층간소음의 원인 확인이나 해결 방안 모색 등을 위한 사회 통념상 합리적 범위 내의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스토킹 범죄를 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 경위, 여러 사정 등 살펴봐야
 
다만 층간소음을 발생시켰다고 곧바로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사건 관계자들 사이의 관계, 구체적 경위,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A씨는 2021년 10월22일 오전 2시15분 도구로 여러 차례 벽 또는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를 내고, 같은해 11월27일까지 새벽 시간대에 31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소리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는 스피커를 이용해 찬송가 노래를 크게 틀거나 게임을 하면서 고함을 지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는 빌라 아래층에 살면서 평소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 스토킹범죄 재범 예방강의 수강 40시간도 명령했습니다.
 
확대 적용되면서 입법 취지 벗어난다는 지적도
 
관련 판결이 확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웃간 층간소음 분쟁이 스토커 범죄로 이어져 처벌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단순 분쟁은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돼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 등에 그치지만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되면 3년 혹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게 되는 등 처벌 수위가 세집니다.
 
스토킹처벌법이 층간 소음 문제에 확대 적용되면서 본래 입법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이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층간 소음 문제를 스토킹처벌법과 같이 형사적으로 해결하는 게 능사는 아닐 텐데 적용될 수 있게 의도적으로 소음을 유도하거나 무조건 스토킹으로 신고하는 등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층간 소음은 사실상 녹음, 영상 등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층간 소음 분쟁에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다면 수사기관 입장에서 수사력 또는 인력 한계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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