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 오래 하고 볼 일입니다.
엔씨소프트(036570)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를 게임 패드로 하게 된다니요. 지난 7일 오후 8시 출시된 '쓰론 앤 리버티(TL)'에 접속해 보니, 2024년 상반기 출시될 콘솔 판 TL의 게임 패드 조작감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저는 게임용 랩톱 컴퓨터를 TV에 연결하고 게임패드인 '엑스박스(Xbox) 엘리트 2 코어'로 약 두 시간 동안 TL을 했습니다. TL은 리니지 IP 약세로 저변 확대가 시급한 엔씨가 '리니지 이후'를 보여줄 첫 작품이자 첫 콘솔 도전작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엔씨는 국내에서 PC판만 출시했지만, PC에서도 게임 패드를 지원합니다.
엔씨소프트 ‘TL’ PC판은 처음부터 무선 연결된 엑스박스 엘리트2 게임 패드를 완벽 지원한다. (사진=TL 실행 화면)
첫 화면부터 게임패드 지원
TL은 게임 이용 약관에서 '확인'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키보드+마우스와 게임 패드 간 전환이 쉬웠습니다. 게임 패드의 아무 버튼이나 누르면 곧바로 게임 패드 사용 화면으로 바뀝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 패드를 사용할 때는 화면 전체가 게임 패드 사용자를 위한 시점으로 맞춰지고, 화면 왼쪽에 엑스박스 엘리트 2 전면부와 각 버튼 조작법이 나타납니다. 게임 내 상호작용과 메뉴 이용 모두 게임 패드에 최적화돼, '콘솔 판 TL의 예고편'을 보는 듯했습니다.
이는
카카오게임즈(293490)가 7월 출시한 MMORPG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가 게임 패드 지원을 약속했지만, 정작 출시 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던 점과 달랐습니다. 물론 아레스는 모바일 자동사냥 중심이고, TL은 PC와 콘솔 전용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키보드가 필요한 상황은 한 번 있었습니다. 서장에서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대한 악몽에서 깨어나, 방문을 열기 전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요. 이때는 PC의 키보드로 직접 이름을 적어야 합니다.
게임 패드 진동 효과는 개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TL은 서장이 끝나는 순간까지 게임 패드에 아무런 진동이 없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진동 효과가 아예 없는
펄어비스(263750)의 콘솔 판 '검은사막'처럼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절벽에서 뛰어올라 날기 직전부터 진동 효과가 발동하더니, 이어지는 오프닝 크레딧 화면부터 게임 패드가 쉴 새 없이 울리며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이야기 1장을 진행하기 위해 문을 열 때, 진동 효과를 게임 패드 밖에서 안으로 삼 단계로 나눠 현실감을 높였습니다.
이 때문에 게임 패드 진동 효과 누락이 버그라면 패치로 고쳐야 하고, 아니라면 게임성 보완을 위해 서장에 진동 효과를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TL이 PC판에 입체감 있는 진동을 구현했으니, 향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5의 적응형 트리거 지원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응형 트리거는 게임 속 상황에 따라 PS5 게임 패드인 '듀얼 센스' 버튼에 필요한 압력이 달라지는 기능입니다.
PS5 게임인 '파이널 판타지 XVI'을 예로 들겠습니다. 주인공 클라이브가 묵직한 문을 열어야 할 때는, 검지나 중지로 방아쇠처럼 당겨야 하는 버튼인 'R2 버튼'이 딱딱해집니다. 이 버튼은 평소에는 쉽고 부드럽게 눌립니다. 게이머는 갑자기 단단해진 이 버튼을 힘줘 누름으로써 화면 속 문을 여는 주인공의 행동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속도가 중요한 MMORPG 특성상, 문 여는 방식 자체는 PC판과 다르지 않겠지요. 다만 엔씨가 TL의 다양한 상호작용 요소에 이 같은 기능을 적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땅이 울리거나 사물이 깨지고 터지는 여러 상황을 입체적인 자극으로 전하는 '햅틱 피드백' 기능도 PS5판 TL에서 일어날 각종 사건을 극적으로 만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엑스박스 엘리트2 특유의 밖에서 안으로 빨아들이듯 '쿵' 떨어지는 울림도 기대할 만합니다.
처음 TL에서 게임 패드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콘솔 게임 처럼 즐기는 액션 화면 모드를 제공한다. 사진은 거대 괴물과의 전투 도중 카메라가 잠시 뒤로 당겨진 상황. (사진=TL 실행 화면)
콘솔 판 '손맛' 기대
TL은 엔씨의 첫 콘솔 지원 MMORPG인 만큼, 게이머들의 엇갈린 평가도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자동 이동' 삭제입니다. 엔씨는 TL 출시 전 자동 사냥과 자동 이동 기능을 없앴는데요. PC와 콘솔로 즐기는 게임인 점을 감안해 내린 결정입니다. 다만 한 번 지도에 밝힌 마을은 언제든 순간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마블 스파이더맨이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같은 콘솔 게임 방식입니다.
반면 TL이 패키지 게임과 달리 지도가 계속 넓어질 예정인 점을 감안해,
펄어비스(263750)의 콘솔 판 '검은사막'처럼 자동 이동은 있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밖에 주변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가 맥락 없이 부딪히다 멈추거나,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보여주는 아이콘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 게임 패드로 지도 보기 버튼을 눌렀을 때 반응이 느린 점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TL은 '페이 투 윈(P2W) 식 과금과 자동 사냥'이 없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앞으로 어떤 과금 방식(BM)을 내놓을 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콘솔 판 준비를 위한 노력은 헛말이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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