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불황 지속에 따른 수조원의 손실을 낸 반도체 사업부 수장을 교체하는 대신 유임을 선택했습니다.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반도체 사업 총책을 맡게 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이 내년에도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갑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탓에 회사 기둥을 떠받치는 반도체 사업부 수장 교체라는 카드 대신 ‘위기 속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회장의 불법 승계 재판 선고 결과에 따라 완전한 경영복귀 청신호와 더불어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 없이는 경 사장의 내후년 임기를 보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존재합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투 톱 체제를 내년에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경 사장은 2021년 말에 난 인사에서 전임 반도체 수장인 김기남 SAIT(Samsung Advanced Institute of Technology·옛 삼성종합기술원)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 말까지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한 김 회장은 2018년 메모리 ‘슈퍼 사이클(초호황)’ 시대 초석을 닦은 인물로 평가 받습니다. 김 회장 이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1등 신화’를 만든 권오현 DS부문장(사장)입니다. 권 전 사장은 2011년부터 약 7년간 삼성 반도체 사업을 총괄했습니다.
권오현·김기남 전임자 모두 반도체 사업 총책을 3년 이상 맡아온 점을 미뤄본다면, 경 사장 역시 임기 3년을 채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서버·PC 여러 응용처에서 반도체 재고가 크게 높아지면서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았다”며 “불가항력적으로 나빠진 반도체 시황에 따른 실적 악화 책임론을 대표에게 지우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사진=삼성전자)
때문에 경 사장에게 요구되는 급선무는 반도체 반등에 따른 철저한 대비책이며, 이를 통해 내년에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뤄내야 합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은 12조6900억원입니다. 올 1분기 DS부문은 4조5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14년 만에 적자전환했고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서버 고객사의 높은 재고가 반도체 불황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1~3위 업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마이크론)가 감산을 단행하여 내년 1분기부터 점차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 사장은 내년부터 본격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DDR5(Double Date Rate5) 등에 대한 양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메모리 사업부 대들보나 마찬가지인 D램 실적이 SK하이닉스에 뒤진 만큼 ‘자존심 회복’을 위해 HBM 5세대이자 업계 최고 성능인 ‘HBM3E 샤인볼트’를 앞세워 HBM 시장 주도권 확보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내년 반도체 시장 전망 관련해 “AI 투자가 반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HBM3E. (사진=삼성전자)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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