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짬짜미…'비호감 양당정치' 그대로?
말로만 정치개혁, 실상은 적대적 공생…권역별 병립도 시대역행
2023-11-27 06:00:00 2023-11-27 06:00:00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사전환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12월12일)을 코앞에 두고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이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짬짜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역별로 나눠 과거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한다고 해도 거대 양당 체제가 강화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로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준연동형 비례제 취지를 무력화시킨 거대 양당이 이번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로 상대 당 비호감에 기대 극단의 정치를 펼치는 퇴행의 길을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권역별 비례제'가 비례성 강화?…병립형 땐 '거대 양당'만 이익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행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준연동형입니다.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 득표율을 연동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가 그에 못 미칠 때 절반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입니다. 이에 따라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 배분에서 불리해집니다. 지난 총선 때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명분으로 준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했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 의석을 사실상 '싹쓸이'하면서 취지가 무색해졌습니다.
 
국민의힘은 과거와 같은 병립형 복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 상관없이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눕니다. 쉽고 단순한 제도지만, 총의석수로 환산해 보면 상대적으로 정당 득표율은 높고 지역구 의석은 적은 소수정당에 불리합니다. 이 때문에 거대 양당 독점구도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소수정당은 완전연동형으로 전환하거나 현행 준연동형 유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위성정당 문제를 원천 차단하는 병립형 복귀와 준연동형 유지 의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병립형 방식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접목한 '권역별 병립형'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는 전국을 크게 수도권과 중부권, 남부권으로 나누고, 그 권역 안에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나눠 갖는 제도입니다.
 
다만 이 방식 또한 병립형 틀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은 어렵습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선거제 개편을 통한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양당 모두 득을 보는 쪽으로 야합하는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권역별 시뮬레이션 결과도 양당에 유리…해답은 '위성정당 금지'
 
실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도가 거대 양당에 유리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21일 한국선거학회장인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하에서 21대 총선 정당 득표율을 반영한 결과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은 실제 의석수보다 2석 줄어든 17석이었고, 더불어시민당(민주당의 위성정당) 17석, 정의당 5석, 열린민주당 3석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국민의당과 민생당만 남부권에서 1석씩 늘어났습니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로 바꾼다고 해도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준연동형 비례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지난 총선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가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 '정치의 다양성'이라는 선거제 개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국 근본적으로 현 비례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위성정당 창당 금지를 전제로 한 완전연동형 비례제나 준연동형 비례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1일 공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18~19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현행 준연동형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13.8%에 그쳤습니다. 병립형 비례제(33.2)%와 완전연동형 비례제(32.6%)는 30%대 지지를 받았습니다. 
 
다만 민심의 풍향계로 읽힌 중도층에선 38.7%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은 금지하되, 다른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이 가능한 완전연동형을 선호하는 나타났습니다. 다른 비례제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병립형 37.6% 대 완전연동형 34.7%로 비슷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