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든 유지든 '대선공약' 파기…외통수 걸린 이재명
'병립형·위성정당' 여당 주장에…민주당 침묵
당 내부 전방위 압박…29일 의총서 논의 예정
2023-11-26 09:00:00 2023-11-26 09: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외통수에 걸렸습니다. 선거제 개편 논의에 민주당이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비례대표 선출에 대해 국민의힘 주장대로 '병립형'으로 회귀하든, 기존대로 '준연동형'을 유지하든 이 대표는 "대선공약을 파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당내에서도 '위성정당 금지'를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승부수였던 '위성정당 금지'…이재명 덫으로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금까지 수 차례 위성정당을 금지하는 방안을 주장해 왔습니다. 시작은 대선 국면인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 대표는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 개혁, 비례대표 확대,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 금지'를 정치 개혁 분야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약 6개월 후인 8월28일 열린 전당대회에서도 위성정당 금지 등의 방안은 재확인됐습니다. 민주당은 "정치공학이나 선거의 유·불리, 앞으로의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정치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전 당원 결의안을 발표했는데요. 당원 93.7%의 찬성으로 채택한 이 결의안에는 2023년 4월까지 현행 선거법 개정을 이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날 당대표로 선출된 이 대표가 자신의 당권 도전에 대한 비판을 희석하기 위한 전략으로 선거제 개혁을 앞세웠다는 평가가 중론이었습니다. 
 
하지만 당 차원의 '실천'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되레 국민의힘이 '병립형' 회귀 움직임을 보이면서 민주당의 고심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른바 '조국 신당' 등의 출현 가능성은 1석이 아쉬운 민주당의 경계심을 높이며 국민의힘의 병립형 회귀 주장에 동조하는 명분을 만듭니다. 
 
국민의힘은 현행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다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지난 2020년 총선 당시에도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만들자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급조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바 있습니다. 
 
당론 채택 요구 줄이어…"병립형, 명백한 퇴행"
 
이 대표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사이 당내에서는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명 '위성정당 방지법'이라 불리는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역구 다수당과 비례대표 다수당이 합당할 경우 국고보조금 50%를 삭감하자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국회의원 선거 종료일 이후 2년 이내에 지역구 당선인의 수가 비례대표 당선인의 수보다 많은 '지역구 다수 정당'과 비례대표 당선인의 수가 지역구 당선인의 수보다 많은 '비례대표 다수 정당'이 합당할 경우 정당에 대한 국가보조금을 절반으로 삭감해, 거대 양당이 꼼수로 의석수를 부풀리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자는 취지입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이탄희 의원은 지난 15일 30여명의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며 "'막을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는 국민의힘의 비겁한 변명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김종민 의원은 "병립형으로 가려면 비례대표 의석 대폭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며 "병립형 회귀는 명백한 퇴행"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에는 김두관·이탄희 등 민주당 의원 54명이 위성정당 방지법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의원의 '정치자금법'뿐 아니라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이 발의한 '공직선거법'까지 묶어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중의를 모았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지역구 후보자를 내는 정당이 지역구 후보자 추천 비율의 20%를 비례대표 후보자로 반드시 추천하도록 해 거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위해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이 외에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비이재명)계 정치 세력 모임 '원칙과상식', 민주당 당내에서 당직자, 보좌진 등으로 성장해 온 청년 정치인들 등도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에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원칙과상식은 "유불리를 계산해 국민의힘을 따라가면, 전형적인 '말 따로 행동 따로'"라며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비서관, 황두영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등은 "병립형 선거제로의 퇴행 야합에 동참하지 말아달라. 현행대로 총선을 치를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 선언해달라"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며 젊은 정치인 정책그룹을 조만간 출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선거제와 관련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자리에서 논의의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편집인 포럼에서 "연동형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위성정당 방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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