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토신·한자신 실적 '뚝'…내리막길 '부동산신탁'
이자·준공 지연 등으로 영업비용 증가세
부동산 시장 찬바람에 타격…정비사업이 살길
2023-11-23 06:00:00 2023-11-23 0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부동산신탁사들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사업 추진이 어려워지자 부동산신탁사의 주 수입원인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는 동시에 이자 등으로 나가는 비용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부실 위험이 큰 '차입형 신탁' 대신 택한 정비사업에서도 뭇매를 맞는 가운데 부동산신탁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분기보고서를 공시한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의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 72.6%, 2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토신의 경우 매출은 작년 3분기 누적 1534억8766만원에서 올 3분기 1363억8863억원으로 11.1% 줄었습니다. 수수료 수익이 1059억원에서 852억원으로 20% 가량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영업이익도 543억5904만원에서 148억7180만원으로 72.6% 급감했습니다. 3분기만 보면 12억9214만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매출 자체도 감소했지만 영업비용이 991억원에서 1215억원으로 22.6% 증가함에 따른 결과입니다. 영업비용 중 이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46.5% 상승한 209억원으로 늘었으며, 대출평가 및 처분손실이 2배 가까이 증가한 334억원으로 반영됐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한자신은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1872억563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0.4% 감소한 893억4357만원을 기록했습니다.
 
한자신 또한 수수료 수익이 970억원에서 812억원으로 16.3% 줄었지만 이자수익이 31.1%, 금융상품 평가 및 처분이익이 218.5% 늘면서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영업비용이 587억원에서 979억원으로 66.7% 급증했습니다. 이자비용도 전년 동기 대비 34.8% 증가했지만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으로 299억원이 반영되면서 비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수료 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탁계정대 증가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로 외형은 선방했다"면서도 "영업비용 증가가 영업이익에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비용 증가 대부분은 신용손실충당금에 기인한다"며 "준공 지연으로 충당금이 반영된 현장이 있었지만 최근 준공으로 연내 상당 부분 환입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근심 깊어진 부동산신탁업계
 
한토신과 한자신 외 다른 부동산신탁사도 실적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각 신탁사가 공시한 영업보고서를 보면, 코람코자산신탁(연결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55.4% 줄었으며, 1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KB부동산신탁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 3.6%, 13.2%의 하락세를 보였으며, 우리자산신탁도 영업이익이 4.5% 감소했습니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양 수요는 크게 줄고 개발사업도 주춤해져 수도권 내 정말 좋은 입지가 아니면 사업 진행이 어렵다"면서 "반면 신탁보수율은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수주잔고 쌓기도 쉽지 않습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신탁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차입형 신탁수주를 줄이면서 올해 신규 수주 실적도 부진한 실정입니다.
 
이를 대신해 정비사업이 부동산신탁사의 핵심 사업으로 떠올랐지만 곳곳에서 마찰음이 나오고 있죠. KB부동산신탁이 시행을 맡은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경우 총회를 앞두고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으며, 코람코자산신탁이 목동7단지 정비사업추진위원회와 맺은 업무협약을 두고 문제가 제기되는 등 부동산신탁사의 정비사업 추진 역량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정비사업은 부동산신탁사의 주요 먹거리로 평가됩니다. 이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신탁업계의 수주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재건축 활성화 정책으로 추진 사업장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정비사업 점유율이 높은 신탁사는 불황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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