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이민우 기자] 국내 마약 유통이 손쉽게 이뤄지면서 정부가 마약류 종합대책을 통한 칼날을 집중합니다. 특히 우범국을 다녀온 여행자를 중심으로 기내수하물과 신변 검사를 통한 마약 검사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본래 목적을 벗어난 의료용 마약류 불법 사용에 대해서는 의료인 자격정지 처분도 추진합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마약근절 대책과 함께 초등학교 취학 전부터 마약에 대한 예방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국무조정실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마약류대책협의회'를 통해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마약류 적발 현황을 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총 2만230명으로 1년 전 대비 4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압수된 마약은 45% 늘어난 822킬로그램(kg)에 달했습니다. 과거 '마약청정국'으로 불렸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마약공화국'으로 전락했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회복을 목표로 불법 마약류 단속 강화하는 등의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표=뉴스토마토)
'마약 청정국' 지위 회복 목표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잃어버린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회복하고 마약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한층 강화된 마약류 단속에 나섭니다. 국내 마약류 압수량이 대부분 해외 밀반입으로부터 시작되는 만큼, 국경단계에서부터 마약류 밀반입을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입국여행자 대상 검사율을 2배 이상으로 높이고 옷 속에 숨긴 소량의 마약을 잡아내기 위해 전신 스캔이 가능한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를 전국 모든 공항만에 도입합니다.
이달부터는 우범국발 여행자에 대한 전수검사도 재개합니다. 전수검사 시점도 입국심사 이후에서 이전으로 앞당겨 항공편에서 내리는 즉시 기내수하물과 신변 검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지난 2021년 86건이었던 여행자 마약 밀수 적발 건수는 지난해 112건, 올해 129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특송화물, 국제우편 등 국제화물에 대해 검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고위험국발 화물은 일반 화물과 구분해 집중검사를 실시합니다. 우범국발 우편물은 검사 건수를 50% 이상 상향합니다.
'의료용 마약류' 관리 강화
이와 함께 의료용 마약류 관리체계도 개편합니다. 마취제·수면제 등 의료용 마약류의 부실한 관리체계로 다수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이슈가 있는 성분인 프로포폴, 식욕억제제 등에 대해서는 처방량과 횟수 제한, 성분 추가 등 처방금지 조치기준을 강화합니다.
또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투약받은 이력을 의사가 확인하도록 의무화해 이른바 '뺑뺑이 마약쇼핑'을 원천 차단합니다. 이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부터 적용해 향후 프로포폴, 졸피뎀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특히 마약류에 중독된 의료인이 자신 또는 환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지 않도록 의료인 중독판별을 제도화합니다.
정부 관계자는 "마약 중독이 판정된 경우에는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도 엄격히 제한하겠다"며 "재교부 심의기준을 강화하고, 재교부 시 교육프로그램 이수 의무도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마약 중독자들의 건강한 사회 복귀를 위해 마약 치료·재활 인프라를 확대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이 제조해 국내 밀반입하다 적발된 필로폰.(사진=뉴시스)
"마약사범 치료 인프라 확충"
특히 마약과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는 치료·재활에도 주력합니다. 권역별로 마약류 중독치료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재 지정된 25곳의 마약 중독 치료보호기관 외에 알코올전문병원의 일부를 치료보호기관으로 추가 지정합니다. 확충은 30개소까지입니다.
또 마약류 중독치료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는 등 치료기회도 확대합니다.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치료난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치료보호기관에 대한 운영지원 확대와 치료보호 수가 개선도 추진합니다.
현재 서울, 부산, 대전 등 3곳뿐인 독재활센터는 내년 전국 17개소로 확대하고 심리상담 등 다양한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24시간 상담센터도 함께 가동합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정부는 내년 마약류 대응 예산안을 올해(238억) 대비 2.5배 확대한 602억원으로 편성해 마약류 확산 대응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회복하고, 우리 미래세대 아이들이 일상에서 마약을 접하지 못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1020 증가세…유치원 예방교육 필요"
박영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센터장은 "갈수록 10·20세대가 마약에 손을 대는 사건이 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2018년 한해 143명에 그쳤던 10대 마약사범은 지난해 481명으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20대 마약사범은 2118명에서 5804명으로 2.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영덕 센터장은 "주변을 둘러보면 마약 떡볶이, 마약 김밥, 마약 닭강정 등의 간판이 널려있다. 어릴 때부터 이런 것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경각심을 갖기 보다 되레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유치원 때부터 금연 교육을 하지만 약물(마약)에 대한 교육은 전무한 상태"라며 "어릴 때부터 마약에 대한 확실한 예방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정부는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초·중·고등학교에서만 마약류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세종=조용훈·이민우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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