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발 설화 휩싸인 민주…총선 '경고등'
청년·여성 비하 잇딴 잡음…'최강욱 비상징계' 수습 총력
역대 총선 '정동영·차명진 등 실언 자살골' 학습 효과
2023-11-22 16:53:57 2023-11-22 18:03:37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갈 길 바쁜 민주당이 '친명(친이재명)발 설 리스크에 휩싸였습니다. '청년 비하' 현수막 논란 해명 과정에서 당 홍보위원장인 한준호 의원이 '업체 탓'을 한 데 이어 강경파 최강욱 전 의원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대형 사고를 쳤는데요. 연이은 설화 리스크에 발칵 뒤집힌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의 사과에 이어 논란의 당사자인 최 전 의원의 비상 징계까지 수습에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역대 총선에서 의원 한 명의 실언이 참패의 단초가 되는 경우들이 적지 않았던 탓입니다.  
 
민주, '암컷 발언'에 발칵…최강욱 '6개월 당원권' 정지
 
민주당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전 의원의 당원자격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렸습니다. 당 윤리심판원을 거치지 않고 최고위 의결로만 긴급히 징계를 결정한 '비상 징계'입니다. 
 
민주당 당규 제7호 제32조는 '당대표는 선거 또는 기타 비상한 시기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가 있거나 그 처리를 긴급히 하지 아니하면 당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제13조 및 제25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최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 파장을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앞서 최 의원은 지난 19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의 '탈당의정치' 북콘서트에서 윤석열정부를 비판하며 '설치는 암컷'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지난 주말 불거진 '청년 비하 현수막 문구' 논란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최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민주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국민의힘 김영선·정경희 의원이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 전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민주당은 조정식 사무총장 명의로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수습에 나섰지만 파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엄정 대처'를 약속했지만, 민주당 내부는 여전히 요동쳤습니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속한 단체채팅방에서는 최 전 의원의 언행을 성토하는 의견들이 늦은 밤까지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홍익표 원내대표가 "당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언사와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징계를 시사했고, 최 전 의원을 처벌하는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민주당의 전국여성위원회도 '성평등 정당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며 진화에 힘을 보탰습니다. 이들은 "이번 사안을 일회적 반성과 비판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일상화된 구조적 차별에 대해 철저하게 인식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성별에 차별받지 않는 실질적 성평등 정당을 만드는 데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역대 총선 가른 '설화 리스크'…정동영 '노인 폄훼' 대표적
 
민주당이 이처럼 다급하게 '암컷 발언' 파장을 막은 것은 '학습효과' 때문입니다. 총선 직전 특정인의 망언이 지지층의 급격한 이탈을 야기하는 경험을 수 차례 해왔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입니다.
 
그는 대학생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를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추진에 대한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최대 200석가량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됐으나, 정 의장의 발언으로 열린우리당은 152석 석권에 그쳤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으며 선전했습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노원갑에 출마했던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이 문제가 됐습니다. 그가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에 대한 성희롱적 발언, 개신교 비하 발언, 노인 폄하 발언 등이 수도권 접전지는 물론 충청·강원·경상도 표심을 돌아서게 했습니다. 이때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치면서 새누리당(152석)에 완패했습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설화 리스크의 화를 입었습니다. '세월호 관련 망발'을 거듭한 차명진 전 의원에 대한 제명 처분 등을 망설인 탓에 중도층은 물론 일부 보수우파의 이탈이 가속화됐습니다. 지역구 의석수 기준으로 미래통합당은 민주당(163석)의 절반 수준인 84석 확보에 그쳤습니다. 위성정당을 통한 비례대표 의원까지 포함해도 전체 의석수는 103석으로 민주당의 180석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당시 박형준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은 개표 방송에서 "차명진 발언 파문으로 20~30석이 날아갔다"고 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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