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 손해"...자취 감춘 정비사업 수주전
노량진1구역·여의도 공작 등 시공사 선정 유찰
"입지가 다 아냐"…사업성·수주 가능성 고려
2023-11-21 16:48:26 2023-11-21 17:28:42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수도권 노른자위 정비사업의 인기가 시들해졌습니다. 경쟁입찰에 뛰어드는 건설사가 줄면서 수주전은 쉽사리 성사되지 않고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증가했는데요.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데다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선별 수주 경향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공사비를 두고 건설사와 조합 간 이견을 보이는 점도 수주전이 자취를 감춘 이유입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마감된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 선정 입찰이 무산됐습니다. 입찰마감일 이틀 전까지 입찰보증금 500억원을 납부해야 응찰이 가능했으나, 시공사 단 한 곳도 보증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총 2992가구로 거듭날 예정인 노량진1구역은 노량진뉴타운 중 규모가 가장 크고, 1·9호선이 지나는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과 가까워 알짜 입지로 꼽힙니다. 사업비만 1조원에 달해 올 하반기 주목받는 정비사업 대어 중 하나였죠.
 
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의 2파전을 예상했지만 두 곳 모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9월 열린 현장설명회에 두 건설사를 비롯해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금호건설 등 7개 건설사가 참여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원인은 낮은 공사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730만원으로 최근 급격히 오른 공사비를 감안하면 사업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서울 여의도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경쟁 최소화…무혈입성 노린다
 
재건축사업이 활발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는 시공사 선정 유찰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공작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 재입찰이 지난 20일 마감한 결과, 대우건설만 참여해 입찰이 무효로 돌아갔습니다.
 
여의도 파크원 맞은편에 자리한 공작아파트는 총 570가구로 재건축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서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동부건설과 한양아파트 수주에 힘을 쏟는 포스코이앤씨의 응찰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 9월 진행한 1차 입찰에 이어 대우건설이 두 차례 단독 참여하면서 수의계약 물망에 오른 상태입니다. 대우건설이 수의계약을 체결할 경우, 경쟁 없이 무혈입성하는 것은 물론 공작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1호'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기존 재건축 1호로 불리던 한양아파트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10여일 남기고 서울시의 시정조치로 취소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과천주공 10단지 재건축사업지에서는 삼성물산이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과천주공 10단지는 과천 중심가 마지막 재건축 단지로, 총 1339가구로 탈바꿈됩니다.
 
지난달과 이달 진행한 두 차례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갖췄습니다. 조합은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전체회의를 통해 시공사를 확정할 방침입니다.
 
또한 이달 6일 마감한 서울 송파구 가락미륭아파트 시공사 선정 입찰은 포스코이앤씨만 참여해 유찰됐습니다. 가락미늉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2차 입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에 건설사 로고가 박힌 현수막이 달려 있는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선별 수주 심화…조합원 "협상력 약화"
 
건설사들은 사업조건 등을 검토해 수주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입니다. 수주 가능성과 사업성이 높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공사비 원가율이 치솟으면서 수익이 빠듯해졌다"면서 "사업지 규모가 클수록 상징성은 있지만 리스크를 더 많이 떠안을 수 있는 만큼 더이상 입지가 전부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과열경쟁이 심했던 몇 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수주 가능성이 높은 곳에만 인력과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사라지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서울 내 한 재건축사업지 조합원은 "시공사끼리 경쟁이 붙어야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우리도 선택 범위가 넓어진다"면서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겨우 정하게 되면 조합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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