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힘겨운 보릿고개 넘기
4곳 중 1곳, 이자보상배율 1배 밑돌아
돈 벌어 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 증가
2023-11-17 06:00:00 2023-11-17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중견건설사 중 돈을 벌어서 이자를 내기 어려운 좀비기업이 더 많아졌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은 내지 못하는 가운데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유동성 악화로 채무 상환이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17일 시공능력평가 20위에서 50위 중견건설사 가운데 분기보고서를 공시한 20개사의 별도기준 올해 3분기 누적 이자보상배율을 집계한 결과, 5개사의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곳 중 1곳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꼴입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냅니다. 이 값이 3년 연속 1배를 밑돌면 한계기업으로 정의합니다.
 
작년 3분기까지 20개사 중 단 2개사만 1배 미만의 이자보상배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올해 건설업계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중견건설사들의 이자보상배율은 1년 전에 비해 감소 추세를 보였는데요. 예년 만큼 수익은 나지 않는데 이자비용은 증가해 이자 지불 여력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일부 건설사는 한계기업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입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그래프=뉴스토마토)
 
특히 올 들어 3분기까지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곳은 △한신공영 △HL디앤아이한라 △신세계건설 △SGC이테크건설 △HJ중공업으로 집계됐습니다.
 
건설사별로 보면 한신공영은 올해 3분기까지 129억3014만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지만, 이자비용으로 275억8800만원을 지불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43.6% 감소한 반면 이자비용은 37.5% 늘어났습니다.
 
이에 올 3분기 누적 이자보상배율은 0.5배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1.1배에서 뚝 떨어졌습니다. 분기 기준으로 따지면 3분기 연속 1배를 하회하고 있습니다.
 
HL디앤아이한라의 경우 3분기까지 250억9829만원을 벌었는데 이자비용은 273억3042억원에 달해 이자보상배율은 0.9배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동기 이자보상배율인 0.7배에서 소폭 상승했습니다만,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할 때 이자비용은 90억원 가량 늘면서 올 3분기에 1배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적자·이자에 시름하는 건설사
 
영업손실을 기록한 신세계건설과 SGC이테크건설, HJ중공업도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건설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세계건설은 작년 3분기 누적 136억6651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올해 902억8574만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습니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12억7299만원에서 125억1067만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작년 3분기 누적 이자보상배율이 10.7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이자지급능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습니다.
 
SGC이테크건설 또한 2억7161만원의 영업손실과 87억6974만원의 이자비용으로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작년 3분기까지 179.7배의 높은 이자보상배율을 보였음에도 올해 적자와 이자비용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HJ중공업의 이자지급능력도 악화됐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이자비용은 7.8% 줄었지만 올해 1273억3500만원의 영업손실로 타격이 큽니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이처럼 적자로 돌아서거나 이익 감소세가 두드러지면서 중견건설사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졌고, 자금 조달 어려움도 지속돼 새로운 사업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건설업황 자체가 안 좋다 보니 투자심리가 죽었다"며 "중견건설사들은 공모채 발행을 위해 자금 조달은 꿈도 못 꾸고, 고금리의 사모채에서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 경기 개선 시기를 가늠할 수 없어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면서 "작년 하반기 갑자기 부동산 시장이 고꾸라지면서 문제가 된 미분양 아파트나 부동산 PF로 난처한 곳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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