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육부의 '2028 대학 입시제도 개편 시안'(대입 개편안) 발표 이후 '심화수학' 도입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심화수학'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선택 과목 가운데 하나로 신설되지만 주요 대학 이공계 학과나 의대에서 학생 변별력 확보를 위해 필수 응시 과목으로 채택하게 되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늘어나게 될 뿐만 아니라 '심화수학'을 위한 사교육 폭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주요 대학 몇 곳만 필수 과목으로 채택해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어"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대입 개편안'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의견 수렴과 검토 절차를 진행한 뒤 올해 내로 확정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대입 개편안' 내용에 대한 교육계의 반발이 거셉니다. 특히 '심화수학' 도입에 대해 걱정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대입 개편안'에서 2028학년도 수능부터 수학 선택 과목을 없애고 공통 과목만 치르는 대신 첨단 분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미적분Ⅱ'와 '기하'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하는 '심화수학' 영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많은 대학의 이공계 학과나 의대가 '미적분'과 '기하'를 필수 응시 과목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심화수학'도 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주요 대학 중 몇 곳만 '심화수학'을 필수 응시 과목으로 채택하더라도 많은 학생들이 이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과 학생들은 상당수가 '심화수학'을 응시할 확률이 높고, 의대 진학을 노리는 상위권 문과 학생들도 '심화수학'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2028 대학 입시제도 개편 시안' 내용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심화수학' 영역을 신설하는 방안과 관련한 우려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학생이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학업 부담에 미리 공부하고자 사교육 수요 커질 수 있어
이렇게 되면 '심화수학'을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현 수능 체제보다 공부해야 할 수학 과목이 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수능은 '수학Ⅰ'과 '수학Ⅱ'를 필수 과목으로 하고, '미적분'·'기하'·'확률과 통계'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치르는 구조라 수험생이 3과목만 공부하면 됩니다.
하지만 '대입 개편안'대로 수학 선택 과목을 폐지하는 대신 '심화수학'을 도입할 경우 공통 과목인 '대수'·'미적분Ⅰ'·'확률과 통계'에 더해 '심화수학'의 '미적분Ⅱ'와 '기하'까지 총 5과목을 공부해야 합니다. 이공계 학과나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의 학업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사교육으로 미리 공부해 놓고자 하는 수요가 커질 수 있습니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 센터장은 "선행 학습을 위한 사교육이 성행한 이유가 지난 2020년까지 이어졌던 수능 수학의 과도한 시험 범위 때문이었는데 2028학년도 수능부터 '심화수학'이 도입되면 '미적분'과 '기하' 과목을 미리 배우기 위한 사교육만 폭증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우려 때문인지 교육부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학부모 정책 모니터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심화수학 신설'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27.7%)와 '동의하지 않는다'(26.8%)고 답한 비율이 54.5%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반면 이공계 전문가들은 '심화수학'이 도입되지 않으면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쌓을 수 있는 수학적 소양이 지나치게 얕아질 것이라고 염려합니다.
대한수학회는 성명을 통해 "'미적분Ⅱ'와 '기하'는 이과 계열 대학 교육을 받으려면 꼭 필요한 과목"이라며 "이과 계열 진학에 필요한 소양으로 평가하던 과목을 없앤다고 수능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2028 대학 입시제도 개편 시안' 내용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심화수학' 영역을 신설하는 방안과 관련한 우려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학생이 수학 과목을 공부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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