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노조법 2·3조 개정은 ILO(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이행의 첫걸음으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국제노동기준 준수 책무를 회피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노총은 20일 국회에서 민주노총·한국노총,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정의당 국회의원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의 비준협약 이행은 ILO의 감시감독기구의 심의 대상일뿐 아니라 한국이 유럽연합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이행과도 관련이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한국정부의 노동탄압 규탄 및 ILO 핵심협약 이행 노조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실질적으로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넓혀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가압류 등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오는 2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야당 주도로 개정안 상정이 전망되는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노조법 개정안, 협약이행 출발점”
모니나 웡 ITUC 노동기본권국 아태지역 담당은 “이번 개정안은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의 모든 권고사항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협약 이행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실제 일어난다면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은 스스로 맺은 약속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공격, 노조 조합원과 간부들의 구속과 형사처벌,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개입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은 지난 5월 발표했다”며 “ILO 회원국이자 ILO 87·98호 협약, 유엔 자유권과 사회권 규약을 비준한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짚었습니다.
양대노총도 이날 성명에서 “정부가 노조법을 악용해 불법파업과 반헌법적인 손해배상 가압류를 양산하면서 노동권의 핵심인 쟁의권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국제사회에 스스로 한 약속을 무시하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한국은 2021년 4월 ILO에 가입한 지 30년 만에 ILO 협약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호), 29호(강제노동 금지)를 비준한 바 있습니다. 협약은 지난해부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고, 국내법도 협약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이에 ILO 협약·권고 적용 전문가위원회(CEACR)는 11월 정부와 노사단체가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협약 이행 여부를 심의할 예정입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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