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동화지앤피와 DWP홀딩스를 합병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동화약품(000020)의 오너 4세 경영이 본격화했습니다.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인 오너 4세 윤인호 부사장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며 후계 구도 다지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동화약품 지분율은 DWP홀딩스주식회사 15.22%, 가송재단 6.39%, 윤 회장 5.13%, 윤 부사장 2.3%입니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9월 동화지앤피와 DWP홀딩스 합병으로 계열사 간 순환출자로 복잡했던 지배구조를 단순화했습니다.
DWP홀딩스는 2019년 11월 설립됐으며, 윤인호 부사장 등 특수관계자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곳인데요. 합병으로 DWP홀딩스는 동화지앤피의 동화약품 지분 15.22%를 직접 갖게 됐죠. 현재는 오너일가→DWP홀딩스→동화약품으로 윤 부사장이 지배구조 최정점에서 그룹 내 지배력을 높였습니다. 승계 과정에서 계열사를 활용해 세 부담을 줄이고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거죠.
윤인호 동화약품 부사장. (사진=동화약품)
윤 부사장은 2013년 동화약품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한 뒤 5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하며 일반의약품(OTC) 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했습니다. 윤도준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2019년 3월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는데요. 윤 회장은 슬하에 윤인호 부사장과 윤현경 상무 등 1남 1녀를 두고 있는데, 누나인 윤 상무는 미등기 임원인데다 0.06%로 보유 지분율이 낮아 경영 승계에서는 한 발 떨어져 있습니다.
동화약품은 그간 오너 경영인과 전문경영인(CEO) 2인의 각자 대표체제를 유지해 왔습니다. 전문경영인 대부분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면서 'CEO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었죠. 올해 3월 동화약품은 유준하·한종현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유준하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습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34년 동안 동화약품에 몸담은 그는 윤인호 부사장과 합을 맞추며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윤 부사장은 기존 일반의약품(OTC) 중심의 매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제 등 사업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지난 2020년 9월 국내 의료기기 업체 메디쎄이를 196억원에 인수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수합병(M&A)을 단행했습니다. 메디쎄이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246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성과는 썩 좋지 못했는데요. 2016년 충칭에 50% 지분을 소유한 합자 법인을 설립했는데 지속적으로 매출이 부진 지난해 16억8393만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습니다.
창사 이래 첫 해외 투자에도 나섰는데요. 최근 베트남 약국체인 운영 기업인 중선파마(TRUNG SON Pharma) 지분 51%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자사 주력 제품인 '활명수', '잇치', '판콜' 등 일반의약품(OTC)의 베트남 시장 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베트남 시장에선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전략적투자(SI)를 통해 최대주주에 올랐는데요. 해외 매출 확장 성공 여부에 따라 윤 부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본격 이뤄질 예정입니다.
올해 상반기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동화약품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10억원으로 지난해 말 343억원보다 약 367억원이 늘었습니다. 윤 부사장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일반의약품 대신 신사업 진출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인 만큼 향후 인수를 비롯해 바이오 및 헬스케어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윤 부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최근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쿠메'에서 동화약품이 1억원 이상을 구매해 구설에 올랐는데요. 올해 반기보고서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을 보면 거래내용에는 홍보물 매입으로 1억548만원이 기입돼 있습니다. 과거 최대주주였던 동화지앤피와의 내부거래로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있었던 만큼 이를 보는 시선이 더욱 곱지 않은 상황입니다.
동화약품 신사옥 조감도. (사진=동화약품)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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