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전 함께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단식은 한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야당 지도자의 단식은 '정치적 저항'의 상징으로 활용됐습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단식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단식을 통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민 다수의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식은 크게 '민주화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단식은 군부 독재정권에 대한 투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은 당시 그야말로 목숨을 건 정치적 투쟁을 벌였습니다.
YS·DJ, 소수세력 때 '최후 수단' 단식 활용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단식 시작 전 성명서를 통해 '5개 민주화 요구 사항'을 발표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23일간 단식을 벌였습니다. 비록 5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지 못한 채 단식이 종료됐지만 가택 연금이 해제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신한민주당 창당 등 민주화 투쟁 세력을 하나로 결집하는 효과도 가져왔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0년에 평화민주당 총재 때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등을 요구하며 13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이듬해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뜻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김영삼·김대중 시대 이후 단식은 자신의 정치적 선명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소수 세력의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해 내기 위해 마지막 단계로 단식을 꺼내든 것과는 달리, 민주화 이후엔 거대 의석수를 가진 제1야당의 대표가 단식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1983년 단식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활동을 사실상 전면 금지 당했습니다. 신민당 총재직에서도 물러났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식에 돌입했을 때인 1990년, 평화민주당 의석수는 70석가량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보수진영은 1990년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을 합당을 통해 218석의 민주자유당을 출범시켰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소수 야당 신세가 되자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단식으로 맞섰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 168석의 거대 야당 민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 투쟁을 비판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거 집권당이었고, 거대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제1야당의 대표가 정기국회를 앞두고 무책임하게 단식에 들어간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 본관 계단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무기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단식, 강성 지지층 호응에 총선 '역풍'
단식 투쟁이 되레 '독'으로 작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9년 120여석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이끈 황교안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철회를 요구하며 8일간 단식 투쟁에 나섰지만, 성과를 전혀 얻지 못했습니다.
결국 황 전 대표가 이끌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에 크게 패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 역시 강성 지지층을 넘어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00년대 들어 특정 정책 추진을 요구하거나 저지하기 위한 단식도 많이 진행됐습니다. 2014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상임고문일 때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며 참사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와 함께 단식에 나섰습니다. 2018년 12월에는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야당의 대표가 아닌 집권여당의 대표가 단식투쟁에 나선 일도 있었습니다. 2016년 9월 이정현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 7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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