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올해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도 각종 경제 지표가 더 악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반기 부진을 걷어내고 하반기 경기 반등을 기대한 정부의 '상저하고' 실현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란 견해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특히 대중국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침체 초입에 들어선 중국 악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영향이 예상보다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위기 가능성, 생산·소비·투자 하락까지 부정적 요인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3일 정부와 수출 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105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9.9% 감소했습니다. 전월 25.1%보다 감소 폭은 줄었지만, 대중국 수출 하락세는 지난해 6월부터 15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중국 수출 감소는 중국의 수출 부진에 따라 수입 수요가 약화하면서 반도체, 정유,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이 줄어든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8월 1일부터 25일까지 품목별 수출을 보면 반도체 32.2%, 정유 9.0%, 디스플레이는 19.7%씩 감소했습니다.
3일 정부와 수출 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105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9.9% 감소했습니다. 사진은 컨테이너 모습. (사진=뉴시스)
중국 부동산 침체 확산 "예의주시"
대형 개발 업체들의 재무 위기 등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확산하면서 우리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클럽)은 지난달 7일 만기인 액면가 10억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3000억원)를 갚지 못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했습니다. 디폴트를 면할 수 있는 30일간의 유예 기간 만료도 이번 주에 도래하게 됩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 위기는 대중국 수출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국가도 중국과 관계가 깊기 때문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수출 대상국으로의 수출에도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디폴트 여부는 변수"라고 언급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중국 수출 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경기 상황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32.4%가 '이미 매출 등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50.3%는 '장기화 시에는 우려된다'고 응답했습니다.
향후 중국 경제에 대해 79.0%는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점차 나아질 것'이란 응답은 21.0%에 그쳤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도 11개월 연속으로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수출액은 518억7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4% 줄었습니다. 수출 감소세는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째입니다.
3일 정부와 수출 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105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9.9% 감소했습니다. 사진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사진=뉴시스)
"중국 제조업 둔화…수출 개선 쉽지 않아"
하반기 들어 주요 산업 활동 지표도 주춤한 양상입니다. 지난 7월 전 산업 생산, 소매 판매, 설비 투자가 모두 전월보다 줄어드는 등 6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7월 전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7% 감소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4% 감소했습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7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3.2% 감소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7% 줄었습니다.
설비 투자는 8.9% 감소했습니다. 감소 폭으로는 2012년 3월 12.6% 감소한 이후 11년4개월 만에 최대 치입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 팀장은 "중국 경제의 불안한 요인들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는 내수를 살리려고 노력하는데도 부동산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가 지갑을 쉽게 열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제조업도 둔화하고 있어 우리의 중간재 수출도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중반 이후부터 경기가 좋지 않아졌기 때문에 지표상으로 올해 하반기는 나아지긴 할 것"이라며 "다만 반등까지 갈 수준인지,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드는 수준일지는 대외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3일 정부와 수출 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105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9.9% 감소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경제 상황 지금보다 나빠질 것"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은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6.4%가 앞으로 경제 상황에 대해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7.9%에 불과했습니다. '현재와 비슷할 것'이란 응답은 21.0%,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4.6%로 조사됐습니다.
둔화하던 물가 상승도 경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시적으로 뛸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국제 유가 반등, 폭염과 호우, 추석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농산물 가격 불안 등으로 8·9월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부터 우유 가격이 인상되면 외식, 가공식품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높습니다. 낙농진흥회는 10월부터 마시는 우유에 쓰는 원유 가격을 리터(ℓ)당 88원(8.8%) 인상하기로 했고 우유 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출고가를 3% 올릴 방침입니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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