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글로벌 빅테크 공습에서 살아남기
2023-08-25 06:00:00 2023-08-25 06:00:00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발판으로 글로벌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에서도 승리할 것을 자신했는데요. 공교롭게도 그 선언의 장소는 한 달여 전 구글이 한국의 파트너들과 생성형 AI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고 약속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구글 행사 때 이상의 인파가 몰렸습니다. 컨퍼런스 개막 시간을 한참 앞둔 이른 아침부터 네이버 관계사와 파트너사들은 물론 하이퍼클로바X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행사장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행사장에 마련된 1000여개의 좌석에 미처 자리하지 못해 출입문 근처에 선 채로 발표 내용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최수연 대표가 하이퍼클로바X의 비전을 선언할 때는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이퍼클로바X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높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네이버는 구글이 휩쓴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기업입니다. 구글이 진입하지 못했던 중국에서 바이두가 시장을 제패한 것과는 차이가 있지요. 자체 경쟁력으로 국내 시장을 지켰다는 점은 네이버의 자부심입니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검색 서비스를 정착시켰던 것처럼 생성형 AI 경쟁의 파고도 넘겠다는 포부입니다. 
 
네이버의 AI 기술 개발의 역사는 이미 수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생성형 AI라는 단어가 생소함을 넘어 존재조차도 모호했을 때부터 관련 기술에 투자를 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2021년 등장한 '하이퍼클로바'인데요.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된 생성형 AI 기술이었습니다. 네이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개발(R&D)에 매진했습니다. 최근 5년 간 AI 분야에 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영업수익의 5분의1가량을 R&D에 투입한 것입니다.
 
이 같은 선제적 투자는 챗GPT로 급격히 확대된 생성형 AI 경쟁에 빠르게 동참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습니다.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상용화 서비스들이 당장 얼마만큼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추산할 수 없지만 적어도 거액의 투자 비용과 관련 인력을 필요로 하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서는 여유가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에서도 네이버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LG전자, 네이버 등 자체 생성형 AI 기술들의 공개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간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정책적으로 호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으며, 민간의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들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네이버의 도전을 모두가 응원하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우려가 되는 부분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한국 시장은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마이너 사업자로 남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네이버도 이 같은 지적을 인식하듯 영어, 일본어 서비스도 잘 하고 있지만 가장 자신있는 한국어 서비스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네이버가 자신한 대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생성형 AI 경쟁을 주도하는 사업자가 되길 응원해봅니다. 
 
김진양 IT팀장(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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