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갚기조차 벅차"…중견 건설사 '살얼음판'
한신공영·HL디앤아이한라 등 이자비용>영업이익
한계 몰린 건설사…고금리에 이자비용 증가세
"지방 사업장 많은 중견사, 부실 우려 높아져"
2023-08-21 06:00:00 2023-08-21 09:44:15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건설업 침체로 인해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건설사가 늘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지방을 중심으로 한 '악성 미분양' 적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건설사들은 금융이자를 지불할 여력마저 상실하고 있습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11~30위 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상장 건설사는 13곳으로, 이 중 76.9%(10곳)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입니다. 1미만일 경우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한다는 뜻으로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여겨집니다. 3년 연속 1미만을 기록하면 한계기업으로 분류합니다.
 
올해 상반기 한신공영, HL디앤아이한라를 비롯해 한화의 이자보상배율은 1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신공영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상반기 1.58배에서 올 상반기 0.47배로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0억원에서 85억원으로 60% 줄었지만 이자비용은 133억원에서 181억원으로 36% 증가해 이자보상배율은 1을 하회했습니다.
 
HL디앤아이한라의 경우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반면 이자비용은 37% 늘며 이자보상배율은 1.89배에서 0.88배로 하락했습니다.
 
한화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상반기 1.43배에서 올 상반기 0.99배로 감소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이자비용 증가 두드러져…"고금리·리스크 우려 영향"
 
전반적으로 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은 감소세를 보였는데요. 이자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올 상반기 13개 건설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5982억원) 대비 2% 상승한 6123억원으로, 상승폭이 미미했습니다. 이자비용은 1410억원에서 3008억원으로 113% 급증했습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건설업종에 대한 리스크를 감안하다 보니 자금조달 금리가 예전과 같을 수는 없다"면서 "자금조달 경로를 다양화해 이자비용을 절감하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금리가 올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현금 보유 확대 과정에서 이자가 늘어난 점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작년 상반기 영업손실로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를 보였으나, 올 상반기 1.54배로 올라왔습니다. 동부건설과 KCC건설은 각각 전년 대비 상승한 5.42배, 1.75배로 나타났습니다. 서희건설은 202.3배에서 127.32배로 크게 떨어졌지만 13개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이자보상배율을 보였습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지방 시장은 '빨간불'…중소건설사 줄도산
 
그동안 건설사는 저금리와 주택시장 호황에 힘입어 실적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제 원자잿값 상승과 부동산 경기 악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금리인상과 리스크 확대로 높아진 이자 부담은 수익성 하락과 겹치며 부실 우려가 제기됩니다. 중소건설사의 줄도산이 현실화한 가운데 중견건설사로 불안이 번지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신고는 306건으로, 1년 전(170건)보다 80% 늘었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시장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지방은 아직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총 9399가구 중 78.8%에 달하는 7407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습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내 알짜 사업장이 많은 대형건설사와 달리 지방에서 사업을 많이 하는 중견건설사의 경우 리스크가 훨씬 크다"며 "미분양 가능성이 높고, 자금조달 또한 원활하지 못해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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