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 분리징수 '갈등'에 입주민만 '혼란'
아파트는 관리사무소-한전 간 전기공급 계약
한전 "관리소가 징수"…관리소 "현행법 위반"
국토부 협조 요청…대주관 "한시적 협조할 것"
2023-08-10 05:00:00 2023-08-10 05:00:00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한국전력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간 TV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전은 관리사무소가 분리징수를 하도록 요청했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분리징수 책임을 한전이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는 사이 아파트 관리비에 수신료를 포함, 납부했던 입주민들만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9일 정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오는 10월 TV 수신료 분리징수가 정식 도입되기 전 과도기인 7~9월 아파트 거주자가 분리납부 의사를 관리사무소에 직접 알려야 합니다.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걷지 못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수신료 징수기관인 KBS와 징수 위탁기관인 한국전력 등 협의 없이 지난달 12일 공포된 바 있습니다.
 
이후 한전은 전국 2만7000여개 아파트 단지에 이메일·팩스를 통해 'TV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고객 안내문'을 보낸 바 있습니다. 안내문은 "TV 수신료와 관리비 분리납부를 희망하는 개별세대는 관리사무소에 신청하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개별 세대를 대표해 한전과 전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일반 주택은 한전에 분리 징수를 요청하면 되지만, 아파트는 관리사무소 관리비로 포함해 징수해왔습니다. 한전은 시청료 분리 희망 세대에 한해 일괄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법령상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해 왔습니다. 아파트에서는 현행 법상 관리사무소가 전기료와 분리된 수신료의 수납을 대행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관리를 규율하는 법은 '공동주택관리법'인데 이 법률에 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운영되고 관리비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관리비와 함께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도 주민들을 대행, 납부할 수 있는데 해당 사용료는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을 말합니다. 
 
하지만 공동주택관리법과 이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정해 놓은 '공동주택관리법시행령' 어디에도 'TV 수신료'라는 항목은 없습니다. 또 한전이 전달한 안내문을 보면 분리 납부를 희망하는 세대의 수요조사나 청구 방식 등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지난 25일 "한국전력공사가 협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TV수신료는 한전이 직접 징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한전 측은 "여전히 협의 중이고 정확히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전력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간 TV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청구서가 꽂혀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현장의 관리사무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한전과 관리사무소가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아파트 입주민들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토부는 지난 4일 협조공문을 통해 완전한 분리 고지가 이뤄지기 전까지 제도의 안착을 위해 관리사무소가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일단 분리징수 세부 방안이 정해지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합의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이선미 협회장은 "입주민의 편의를 위해 분리징수 방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일단 협조하기로 했다"며 "한전 등과 분리징수를 위한 세부 실행방안을 논의 중인데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전이 별도의 수납 시스템을 마련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르면 10월부터 완전 분리가 고지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때까지 분리 납부 관련 혼란은 지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현행 관리사무소들은 TV수신료 분리납부를 원하는 개별세대의 신청을 취합하는 등 수신료 납부용 지정계좌로 TV수신료를 따로 입금하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KBS 측은 분리 징수 수용이 어렵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KBS 측은 "지금도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서 한전의 조치에 반발하면서 수신료 관리업무 거부 의사를 표명하는 등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관리사무소의 수신료 관리 거부는 결국 입주민을 수신료 체납자로 만들어 가산금 등의 경제적 불이익을 발생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시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 모씨는 "안내문을 보고 신청했더니 막상 관리사무소에서는 '아직 수신료 분리납부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황당했다. 당장은 개별적으로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니 황당할 뿐"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한국전력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간 TV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 4당, 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효력 정지 의견서 제출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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