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윤종규
KB금융(105560) 회장은 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갈등을 벌였던 'KB사태' 직후인 2014년 11월 취임했습니다. KB금융의 암흑기로 불리는 시기에 구원투수로 등장해 지난 9년 동안 KB를 이끌었습니다.
여기에는 윤 회장이 KB금융 설립 이후 첫 내부 출신 회장이라는 점이 큰 몫을 했습니다. 윤 회장은 2004년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과 함께 국민은행을 나왔다가 2010년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으로 다시 복귀했는데요. 이후 'KB 사태'가 터지면서 내부 출신 회장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회장직에 올랐습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
윤 회장이 취임 후 가장 공을 들인 건 경영 승계프로그램입니다. 취임 직후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면서 불협화음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고, 사외이사 전원 교체부터 내부 감사 제도 강화 등 지배 구조 개선에 나섰습니다. 정권 교체 때마다 외풍에 시달리던 지배구조를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승계 프로그램이 잘 짜여있다"고 평했을 정도인데요. KB금융은 지난 2020년 차기 회장 선정 과정에서도 회장 후임 인선 절차를 미리 공개하며 투명한 경영승계 방식을 보여줬습니다. 다른 일부 금융지주사들이 경영승계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논란이 나오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KB금융은 윤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뒤 이뤄지고 있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영승계 과정과 일정을 모두 공개했는데요. 내·외부 후보 선정 관련 세부 준칙 마련, 후보 선정 방식, 후보 선정 일자 등을 모두 공개하며 차기 회장 선정 과정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했습니다.
검증기간 역시 길어지고 평가 절차는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숏리스트 선정 시기를 2020년 대비 3주가량 앞당겼고,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기간, 인터뷰 횟수와 시간 역시 모두 늘렸습니다. 내·외부 후보자들의 자질과 경영능력을 충분히 검증하겠다는 의미인데요. 김경호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이번 경영 승계 절차를 진행해 지배구조의 모범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회장이 차기 회장 1차 후보자 명단(쇼트리스트)이 나오기 전에 용퇴 의사를 밝힌 것도 불필요한 잡음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됩니다. 윤 회장은 지난 6일 KB금융의 미래와 세대교체를 위해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습니다. 이 때문에 1차 숏리스트(6명)에서 윤 회장의 이름은 빠졌습니다.
김경호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윤 회장이 취임 시 꿈꿨던 KB의 모습을 어느 정도 이뤘기에, 이젠 그동안 이사회를 중심으로 구축한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효과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이 잘 작동함을 시장에 보여줄 시기가 됐다는 의사를 연초부터 이사회에 비쳐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이자 존경받는 리더 중 한 명"이라며 "그가 이사회에 보여준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존중하는 모습은 KB 지배구조의 틀을 만드는 기회가 되었고, 미래의 CEO에게도 좋은 전통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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