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쌍방울의 불법 대북송금 사실을 사전 보고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8일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재판에는 해임 논란이 있던 법무법인 해광 대신 김형태 법무법인 덕수 대표변호사가 이 전 부지사를 변호하기 위해 출석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300만불의 대북 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검찰 조서는 오랜 시간 검찰과 김성태 전 회장의 회유와 협박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진술 임의성이 없다는 취지의 증거인부서를 제출한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 증거인부서 제출…이화영 "내용 몰라"
이 전 부지사는 증거인부서에 대해 "내용을 읽어보지 못하고 안에서 처음 들었다"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이날 재판이 주목받은 건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와 관련한 진술 번복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입니다.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대북송금은 쌍방울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검찰에 이 대표에게 쌍방울 측이 대납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이 전 부지사는 옥중 편지를 통해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또다시 부인했고 이날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가 사전 보고 여부에 대한 진술을 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가 이날 재판에서 이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 대표 조사 일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가 방북비용 대납 사실 보고받고 묵인했거나 이를 먼저 지시했다면 이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 혐의 적용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 "기록 검토 안 된 상태" 대 변호인 "유령 취급" 공방
이날 재판은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이 검사와 말 다툼을 벌이다가 사임 의사를 밝힌 후 퇴정했습니다.
검찰 측은 "(김 변호사가) 지금까지 공판에 출석하긴 했지만 김 변호사가 말하는 내용을 보면 사실 기록 검토가 안 된 상태(인 것 같다)"며 "어떤 재판 이뤄졌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말하는 내용이다"라며 김 변호사의 자격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김 변호사는 검사가 자신을 유령 취급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는 "저희는 재판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조력할 여력이 없어 사임하려 한다"며 사임계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퇴정했습니다.
이화영 "해광 변호 계속 받고 싶어"
이 전 부지사는 이날 재판 초반에 법무법인 해광 해임 논란에 대한 입장을 직접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는 재판부에 입장문을 제출하며 자신의 부인이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던 법무법인 해광의 조력을 계속 받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서면 입장문을 통해 "배우자가 내 입장을 오해한 것"이라며 "해광 측은 성실히 변론해왔고 그에 따라 신뢰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판사님이 허락해준다면 다음 기일에 해광 변호사와 함께 정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싶다"며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애초 이날 재판에는 '경기도 윗선'의 대북송금 연관성을 줄곧 주장해 온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김 변호사의 사임계 제출로 재판은 또 파행됐습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2일 열립니다.
쌍방울그룹 뇌물 의혹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원=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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