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경영승계 리포트)실적 악화 늪 빠진 일동제약…3세 윤웅섭 리더십 기로
적자에 부채까지…'조코바' 승인은 감감무소식
차입 부담 가중·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신용등급도 하락
2023-08-09 06:00:00 2023-08-09 0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오너 3세인 윤웅섭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일동제약이 실적 악화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진한 실적에 부채까지 더해지며 차입 압박까지 커지고 있는데요. 연구개발(R&D) 비용은 크게 늘었지만 가시적 성과는 안 나오는 데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 6개월이 넘도록 품목 허가 승인이 나지 않는 등 악재가 산적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연결기준 2021년 555억원의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손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734억원, 올해 1분기까지는 14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당기순손실은 2019년부터 계속돼 지난해에는 1421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차입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데요. 일동제약의 1분기 별도기준 차입 부채는 1304억원으로, 이중 단기차입금은 1144억원에 달합니다. 실적과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운영자금과 기존 차입금 상황을 위해 추가 차입이 불가피해졌는데요. 일동제약은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을 담보로 300억원을 차입했습니다. 지난 5월 임원 감원, 직원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경영쇄신 작업에 나선다고 밝힌 후 이뤄진 첫 자금조달입니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초 차입금 상환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에도 나섰는데요. 앞서 2021년 1월에 같은 규모의 CB를 발행했는데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이 7월 28일부터 가능해져 재무 부담이 커진 상태입니다. 일전에는 CB로 조달한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면 최근에는 조기상환 대응에 급급해져 '빚내서 빚 갚기' 식의 자금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지요.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일동제약)
 
신약연구에 자금을 투입했지만 비용 대비 성과가 나오지 못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일동제약의 연구개발 비용은 2021년 1082억으로 매출 대비 비중이 19.3%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역시 1251억원을 R&D에 투자해 매출 대비 R&D 비중은 19.7%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R&D 투자가 신약개발 등으로 이어지지 않아 수익모델 창출이 빈약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엔시트렐비르)'는 올해 1월 긴급사용승인이 거절됐고, 품목 허가 신청을 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허가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전처럼 긴급성을 요구하는 팬데믹 상황이 아니고,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감소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품목허가를 받더라도 기존 치료제가 이미 있어 보험 등재 가능성도 작고 수요 역시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조코바 상용 판매 지연 등으로 일동제약은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일동제약의 신용등급은 2021년 말 이후 1년 반 만에 A3+에서 A3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한국 기업평가는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고, 연구개발 투자 확대에 따라 저조한 수익성과 차입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R&D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행 단계와 연구개발 투자 성과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했을 때 단기간 내 유의미한 성과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일동제약 본사 전경(사진= 일동제약)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일동제약은 자구책 마련을 위해 6월부터 강도 높은 경영쇄신 작업에 나섰는데요. 연구비용 효율화에 나서는 한편 임직원 희망퇴직(ERP)과 품목 구조조정, 파이프라인 조기 라이선스 아웃(L/O) 등을 추진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 여건의 악화 속도가 빨라지면 선제적인 현금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화로 현금 확보에 나설 수 있습니다.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윤 부회장의 리더십도 기로에 섰습니다. 취약한 지배구조로 경영권 위협에 시달리다 지주사 체제를 완성해 리스크를 해소한 뒤 단독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요. 그는 5년 전 2022년까지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결국 실패했죠. 이에 R&D 투자 확대 기조를 감내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기반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회사 경영의 효율화와 사업구조 재정비 차원에서 경영 쇄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재무 리스크 등에 대비하는 한편 R&D와 주요 사업 부문 측면에서 효율성 증대와 조직 구조 슬림화 등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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