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단지-기회특구-세법개정…유턴 효과 있을까?
미국 등 IRA 대응해 국내 유턴지원책 3개 내놔
재계는 정책 연장선에 상속세 인하효과 기대
하지만 해외투자 장점 상쇄할 효과 부족하단 지적
해외건설자회사 대여금 손금산입은 탈세 변질 우려도
2023-07-31 06:00:00 2023-07-31 0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미국과 유럽 등지의 IRA 등 투자유치 정책에 대응해 국내도 3대 정책이 나왔지만 실효성은 의문입니다. 우리 정부 유턴정책은 특화단지, 기회발전특구, 세법개정 3가지로 압축되며, 국내 투자 시 세제 지원 확대가 골자입니다. 재계는 이들 정책과 연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 대기업까지 상속세가 낮춰지는 효과를 바라지만,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재벌 정책으로 비칠 수 있어 여당으로서도 부담입니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감세하는 데다 기존 국내 대기업 규제를 회피할 해외투자 장점도 커 유턴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단 지적이 나옵니다.
 
 
31일 정부 및 재계 등에 따르면 특화단지는 총 7개 국가첨단전략산업 단지를 지정하고 2042년까지 민간 투자 총 614조원을 뒷받침하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인허가 신속처리 등 행정 간편화 외 세제 및 예산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기존 소부장 특화단지와 연계되는 성격이 있습니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이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돼 연관 기업인 삼성, SK, LG, 현대차 등이 두루 혜택을 누릴 전망입니다. 하지만 미국 IRA와 유럽의 보조금 확대 등 각국의 유치경쟁도 치열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자금을 나눌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등 내수시장이 담보된 현지투자가 여전히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기회발전특구, 상속세에 금산분리특례까지
 
망설이는 기업들을 겨냥해 정부와 정치권은 기회발전특구도 병행 추진합니다. 지난 6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기회발전특구 도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기존 특구와 차별화되게 파격적인 지원 혜택이 추진됩니다. 구체적인 제정안으로 지난 5월 여당에서 발의한 지방투자촉진특별법안이 국회 계류 중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도 이 법안 처리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지방이전기업에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주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법안은 특히 상속세 감면 혜택을 부여합니다. 대상은 연매출 5000억원 미만 기업들입니다. 재계는 이를 좀 더 확대해 대기업까지 지방 이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금산분리 특례까지 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 비중은 대기업집단이 압도적이며 투자결정권은 지배주주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속세 인하책은 유효합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한 국회 토론회에서 “SK처럼 용인을 고집해서 반도체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방 곳곳의 포항, 광양, 창원 등지에 가겠다는 기업도 많다”며 “포항에 이차전지 산업시설을 확충하고 구미에 한화디펜스가 K9공장을 세우는 등 이 기회를 잘 관리해야 한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회발전특구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4대그룹 회원사 복귀를 요청하고 있는 전경련이 기회발전특구를 지원하는 모양새입니다.
 
정부는 지난 27일 세법개정안을 발표해 방점을 찍었습니다. 개정안에 유턴기업 세제지원 및 가업승계 세부담 완화 방안이 모두 담겼습니다. 국내 복귀 지원을 위해 세액감면을 확대하고 지원대상의 업종요건을 완화합니다. 또 가업상속공제 및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확대 후 사후관리기간(5년) 동안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업종변경 허용범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세법개정안끼리 상충하는 내용도
 
그러나 이런 패키지 대책이 대기업의 해외투자 장점을 상쇄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대표적인 해외투자 장점은 상호출자제한집단 규제를 특례 받는 부분입니다. 본래 상호출자제한집단은 계열사간 채무보증이 금지되나 해외투자 시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이로 인해 대기업집단 내 내부거래가 해외법인에게서 급증하는 부작용도 나타납니다. 국내 투자 시엔 사실상 채무보증 효과가 있는 총수익스왑(TRS) 등 편법이 늘어나 당국이 규제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는 해외투자 메리트가 그만큼 높다는 점을 반증합니다. 또 일감몰아주기 과세 규제 중에는 대기업의 수출목적 국외거래 시 면세해주는 특례도 있습니다. 일부 학계에선 "아예 대기업 국내 투자유치를 위해 상호출자제한 규제를 풀거나 상속세 특례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옵니다. 하지만 경제력집중이나 사익편취, 경영세습 등을 막기 위한 제도 취지를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세법개정안 중 유턴정책과 상충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정부는 해외건설자회사 대여금에 대한 대손충당금 손금산입 특례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해외건설수주를 지원하는 목적이지만 결과적으로 해외투자를 장려하게 됩니다. 더욱이 자금추적이 어려운 해외법인에 대여금을 늘리고 손금처리하면 불법 탈세가 늘어날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정부가 지난해 해외자회사배당금의 익금불산입을 도입한 것과 더불어 해외법인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비자금 조성 수단 등으로 변질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가업상속공제는 작년에도 대폭 확대했는데 실효성에는 의문이며 부의 대물림과 우리 사회의 계급화만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미국 등의 목적을 정한 지원 정책과 사람에 대한 감세는 전혀 다르다. 온갖 핑계로 결국 부자 감세 세습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인 듯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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