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가 지정한 특화단지에서 태양광이 빠졌습니다. 윤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가 홀대받는 양상입니다.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대기업인 한화가 홀로 분투하고 있습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7개 특화단지와 새로 추가된 5개 소부장 특화단지에서 태양광은 제외됐습니다. 정작 특화단지로 지정된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산업 분야의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에 목마릅니다. 국내 투자를 하는 데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해 RE100 등 글로벌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원전 부활을 앞세운 윤정부의 정책 기조 아래 태양광도 소외받고 있습니다. 2021년 NDC 상향안에서 2030년 30.2% 비중이 목표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1.6%까지 낮아졌습니다. 이에 2020년 5.5GW에 도달했던 국내 태양광 설치량도 향후 2.5~3.0GW로 정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과 중국 등이 정책적으로 태양광 산업에 힘을 싣고 있는 반면, 국내서는 한화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갑니다. 2018년 중국에 밀려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했던 한화는 2021년 REC실리콘ASA 지분을 취득해 다시 원료 부문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은 급락한 추세입니다. 한화가 원료 부문에 절반 정도만 발을 담그고 있는 게 실적 방어 측면에서는 옳았던 선택인 셈입니다.
웨이퍼, 셀, 모듈 가격이 같이 떨어지는 건 고민거리입니다. 그래서 한화가 택한 해법은 미국 투자입니다. 미국의 IRA 보조금을 받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역내 저가 제품들과 경쟁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미국 내 생산한 태양광 모듈 등이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산과 겨룰 수 있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월 약 3조2000억원 규모의 미국 조지아주 태양광 설비 증설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추가 증설 규모는 총 5.3GW로 모듈, 셀, 잉곳, 웨이퍼를 모두 아우릅니다. 증설 후 2024년 조지아주 태양광 설비 규모는 8.4GW에 이르게 됩니다. 한화는 미국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IRA 보조금도 추산했습니다. 올해부터 2032년까지 총 8조원 수혜를 얻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화가 한국 태양광 산업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국내 유턴 투자는 기대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 영향으로 한동안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정체될 것 같다”며 “미국과 중국 간의 태양광 경쟁이 심화되며 공급과잉에 따른 시황 하락도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태양광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